국과수 “신뢰·공정 보장책 시급”/공신력회복 대책은 없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총리실등 상급기관 직속/지휘·감독체계 확립절실/감정인력 늘려 업무량 줄여야
국과수직원의 뇌물수수사건을 계기로 크게 실추된 국과수 감정의 공신력 회복을 위해 국과수 운영에 관한 대수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즉 이번 사건으로 노출된 국과수의 위상 및 조직·감독체계,업무수행에서의 허점을 개선,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키위한 근본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국과수운영상의 문제점은 크게 두가지.
우선 무엇보다 이번에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국과수의 어정쩡한 위상에서 비롯되는 지휘·감독권의 허술.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국과수가 그동안 치안본부 산하기관으로 있다 지난해 8월 경찰청의 독립과 함께 내무부 직속기관으로 바뀌면서 사실상 어떤 곳으로부터도 책임있는 관리를 받고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규정상 내무부의 감독을 받도록 돼있으나 업무자체가 전혀 이질적인데다 전문적인 담당부서가 없어 이름만 걸어놓고 있는 셈이다.
국과수는 지난 55년 연구소직제가 제정되면서부터 경찰이 관리해온 점을 들어 경찰청산하기관으로 두어야 한다는 경찰의 강력한 주장에도 불구,법무부와 검찰에서 『경찰 뿐만 아니라 주요 수사기관이 의뢰하는 전문적인 감정업무는 상급기관에서 맡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들어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내무부로 넘겨졌었다.
그러나 이같은 국과수의 위상에 대해 법조계등에서는 실질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내무부보다는 전문성을 갖고 보다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총리실등 상급관청이 감독·지휘할 수 있도록 완전히 별개기구로 독립시켜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내무부소속 기관으로 계속 남게될 경우 지금과 마찬가지로 효과적인 관리·통제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감정의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외국과 같이 감정기관의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직제상 국과수의 업무는 범죄수사에 관한 과학의 발전과 주요 정책개발을 위한 조사·연구·감정·분석 및 교육훈련,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에 응해 감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폭주하는 감정의뢰로 인해 국과수의 업무중 다른 업무보다 감정업무가 주업무가 돼있는 것이 현실. 80년 1만3천8백여건에서 90년에는 3만7천4백여건으로 무려 2.7배나 늘어난 것으로 이를 알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연방범죄수사국(FBI)의 연구소가 있고 주마다 감정기관이 설치돼 있다. 일본의 경우도 지방에만 55개의 연구소가 있고 영국도 7개의 과학연구소가 독자적으로 운영되면서 유기적인 협조로 수사연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국과수의 경우 이같은 업무폭주에도 불구하고 담당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감정업무의 신뢰성과 정확도를 떨어뜨리고 이 과정에서 이번같은 부정의 소지가 생겨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과수의 감정요원은 별정직을 포함해 90여명으로 의뢰건수를 제대로 처리하려면 하루 평균 1건이상을 담당해야할 형편.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문서분석실의 경우 요원 4명이 한달평균 3백여건을 처리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독립성의 보장과 함께 시급한 또하나의 문제인 전문성의 향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필적과 인영의 감정을 하는 문서분석실과 거짓말탐지기를 분석하는 범죄심리실·형사사진실 등 3개 부서는 대학에 관련학과조차 전혀 설치돼있지 않아 인력의 충원과 교육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현재 이들 부서의 인력충원을 위해서는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추천등의 방법으로 뽑아 교육을 시켜 양성하고 있다.
교육도 선배들로부터 도제형식으로 배우고 비정기적인 해외연수에 의존하는등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도장을 하던 인장업자가 명색이 국가의 최고과학수사기구의 전문가 노릇을 할 수 밖에 없고,이런 과정에서 배타적 권위에 싸인 전문가집단에서 발생하는 비리가 싹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부검은 도쿄도 감찰의무원과 각 지방대학 의학부의 법의학교실에서 감정처리하고 있으며 법과학분야는 경찰산하의 각급 과학연구소에서 맡고있는 것과 대조하면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한천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