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뜨거운 「뉴키즈 소동」/유안진 시인·서울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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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자식들이 왜 이지경 됐나”/잘못을 바로 잡아주는 어른들 드문게 문제
뉴키즈의 공연을 보러간 청소년들은 흥분을 못참아 무대로 방석을 던지며 달려드느라 넘어져 깔려 다치고 졸도해 병원으로 옮겨져 30여명이 치료중이며,한두명은 중태라고 한다. 동원된 경찰도 질서유지에 실패했고 괴성과 아우성으로 공연도 중단되었으나 1만여명은 계속 남아 공연재개를 요구했고 새벽 1시가깝게 끝나 귀가차가 없어 다시 혼잡이 빚어졌다.
2만∼4만원이나 하는 입장권을 무슨 돈으로 살 수 있었으며,수십만원의 웃돈까지 주고서도 불티나게 팔렸다니 도대체 얘네들은 그런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알 수 없다.
더러는 뉴키즈가 투숙한 호텔에 들기까지 했다니,도대체 그런 거액을 쓸 수 있게 해준 몰지각한 부모는 누구며,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호텔예약까지 해주며 뉴키즈의 무얼 배우라고 했단 말인가.
어린 자녀들에게 그게 바른 부모사랑인가.
우리가 자식을 저렇게 키웠다니 반성이 앞선다. 보도된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꼴사나웠다.
자식을 사람으로 키운게 아니라 무슨짓을 해도 상관없다는듯 내버려둔게 아닌가. 방임은 분명 학대가 되는 줄을 우리 부모들은 정녕 몰랐을까. 자식키우는 사람 큰소리 못친다고,경악을 금치 못하고 허둥거리고 있는 못난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니고 무엇이랴. 궁핍하고 억눌려 자라온 부모된 우리가 자신의 한풀이를 하듯 「오냐 오냐」하면서 잘못자라도록 조장한게 아닌가.
이런 책임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 가정의 부모된 우리에게 있다. 어떤 부모는 이런 책임을 부모보다 더 영향력이 큰 매스컴에 돌리기도 했다.
물론 외국의 숱하게 많은 좋은 모범보다는 괴기스럽도록 안좋은 것들을 더 소개해온 듯한 매스컴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미 국내가수들에게도 비슷한 행동을 보여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을 고쳐야 한다는 사회교육적인 역할을 소홀히 해왔음도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더더욱 비난을 면치못할 책임자는 장사속만 차리면서 엄청난 외화를 낭비해가며 이들의 초청을 지원했다는 모방송사와 모레코드제작사다. 방송사라면 사회교육기관의 하나가 아닌가. 그럼에도 본분을 버리고 과소비에 앞장서 저질문화의 수입보급을 주도하다니. 레코드회사라해서 수단·방법 안가리고 돈벌어도 좋은가.
그들은 자식키우는 부모가 아닌가. 사업가답지 못한 이들 몰지각한 장사치적 저질상술을 부모된 우리는 마땅히 규탄·항의하고,불매운동을 펴고,계속적인 지탄으로 정신차리게 해야할 것이다. 교육부도,각급학교도,교원단체들도 이들 회사의 사과를 받아내고 각성을 촉구해야 할 것이며 매스컴도 계속적인 규탄과 시정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교양과 교육이 어찌 가정과 학교와 교실안에서만 이루어지는가. 어째서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을 팔아 치부하는 이완용도 하지 않은 매국의 짓을 서슴지 않았는가. 마땅히 그 책임을 묻고 지탄을 감수하게하고 사과하게 해야할 것이다.
청소년들의 심리특징을 십분고려해 너그러이 이해하려 해도 그럴수 만은 없는 심정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자존심도,체신도,품위도 생각하지 못한채 그리 천박하게 실성할 수 있었는가.
남들은 다 그러더라도 나만은 싫다는 이성적 판단도,만용도,허세도 못부렸는가. 아무리 군중심리였다해도 자존심도 없고,생각도 없이 싸잡혀서 정신을 잃었는가. 뉴키즈 그 따위가 뭔데 그처럼 광란해야 했는가. 아무리 대중스타가 청소년기의 우상같아 보일지라도 그들이 왜 나의 우상이며 우상된 자격이 무엇인지 한두번쯤 따져봐야 하지 않았을까.
철부지 아이들짓인데 뭐 그리 심각하냐는 이가 있을진 모르나,이는 어쩌면 정신잃고 잘못되어가는 우리 현실의 단면이자,한 증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드니 두려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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