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뮤지컬로 하늘도 땅도 울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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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전옥이 무대에 서서 10분이 넘는 긴 독백을 하면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1998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눈물의 여왕' 포스터에 실려 있는 문구다. 90년대 후반 화제를 모았던 대중가극 '눈물의 여왕'이 이번엔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공연제작사 이지컨텐츠그룹(대표 차현석)은 "'눈물의 여왕'의 뮤지컬 버전을 오는 12월1일부터 서울 대학로 아트홀 스타시티 3관에서 3년간 장기 공연을 한다"고 6일 밝혔다.

'눈물의 여왕'은 당시로선 막대한 8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작품. 지금은 없어진 삼성영상사업단이 제작을 맡았다. 연출 이윤택, 출연 이혜영.조민기.전도연.김학철 등 초호화 라인업으로 관심을 끌었다.

작품의 원작자는 빨치산 토벌대장으로 잘 알려진 차일혁 총경의 아들이자 '영(靈) 능력자'로 알려진 차길진 법사(60). 이번엔 차 법사의 아들인 차현석(33.사진)씨가 직접 프로듀서 겸 연출까지 맡았다. 3대째 '눈물의 여왕'과 인연을 맺는 셈이다.

작품은 전설적인 배우 전옥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한국 전쟁이 막 끝난 1953년, 전옥.허장강.배삼룡.고복수.황금실 등이 속한 백조 가극단은 지방 공연차 광주로 가던 중 빨치산에 붙잡히고, 빨치산은 이들을 볼모로 야밤 축제를 벌인다. 깊은 밤의 불빛을 본 빨치산 토벌대는 현장을 급습, 빨치산을 생포하고 백조 가극단에 즉석 위문 공연을 요구한다. 이때 전옥은 토벌대장 차일혁 총경에게 "빨치산 포로들도 함께 공연을 즐겼으면 한다"고 간청한다. 차 총경은 이를 받아들이고 빨치산과 토벌대가 함께 관객이 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좌.우익의 대립, 이념을 뛰어 넘는 남녀의 사랑 등 치열한 갈등 구조를 갖춘 채 드라마는 막판으로 치닫는다.

차 대표는 "관객과 밀착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소극장 뮤지컬로 만들 계획"이라며 "전옥 역엔 연극 배우 김지숙씨가 캐스팅됐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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