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 이직 너무 잦다/고졸­54세까지 평균 7번 옮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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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기능축적 어렵고 인력난 부채질/“오래있으면 임금만 높아진다” 기업도 방관/주택 우선권등 근속유도책 절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직장을 자주 옮겨다닌다.
직장 변경은 대부분 해고등 비자발적인 사유때문이 아니라 자발적 형태로 이뤄지고 있으며,산업간 이동이 아닌 사업체간 이동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빈번한 직장변경은 노동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시각도 없지는 않으나,숙련형성에 장애가 되고 생산성 저하와 일시적일망정 인력난의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어수봉·박기성 연구위원팀은 최근 우리나라의 노동이동현황과 원인 등을 분석한 자료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노동이동 실태=연구팀이 89년말을 기준으로 조사한데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평균근속연수는 4년으로 ▲서독(통일전) 10년 ▲프랑스 9.5년 ▲일본 9.4년 ▲이탈리아 9.4년 ▲미국 7.2년 등 선진외국에 비해 크게 낮았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자(4.7년)보다 여자(2.6년)가,관리·사무직(4.6년)보다 생산직(3.2년)이,학력이 낮을수록(여자의 경우 대졸 3.6년,고졸 2.6년,중졸이하 2.4년),기업규모가 작을수록(상용근로자 5백명 이상 6년,10∼29명 3.8년) 짧게 나타났다.
어떤 근로자가 앞으로 얼마나 오래 근무할 것인지의 가능성을 따지는 기대 근속연수도 우리나라는 중위값 기준 7.4년(남자 10.1년,여자 4.7년)에 불과해 일본(전체 22.4년,남자 25년,여자 13.9년)에 비해 크게 뒤졌다.
5백명이상 기업의 50∼54세 남자 근로자 가운데 25년이상 장기근속자의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6.2%(군복무기간을 고려,22년 이상으로 따지더라도 12.8%)로 일본(72.9%)보다 크게 낮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남자 근로자의 경우 고졸생산직은 18세부터 54세까지 평균 6.6회,대졸관리직의 경우 30세부터 54세까지 평균 1.3회 직장을 옮겨 일본의 3.5회,0.3회에 비해 좀처럼 한군데 오래 정착을 못했다.
산업별 이직률을 보면 88년말 현재 ▲광공업 45.1% ▲도·소매,음식·숙박업 37.7% ▲건설업 34.7% ▲사회·개인서비스업 21.2% 등으로 나타났으나 해당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빠져나간 유출률은 ▲광공업 6.6% ▲도·소매,음식·숙박업 5% ▲건설업 7.6% ▲사회·개인서비스업 4.7% 등에 불과해 노동이동의 특징이 「동일산업내에서의 빈번한 직장변경」으로 규정됐다.
◇원인 및 대책=이처럼 평균근속연수가 짧고 직장이동이 잦은 것은 우선 단기간에 걸친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새로운 기업이 많이 생기고 이에 따라 신규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상당한 시일이 걸려 「노하우」가 축적되는 기계산업등의 비중이 낮고 외국의 설비와 기계를 들여와 단순반복작업에 의해 대량생산을 하는 섬유·전자·식음료품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비중이 높았던 것도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업측은 장기간 근속하더라도 연공급에 의해 임금만 상승할 뿐 생산성 향상이 뒤따르지 못하다는 이유로 오래 근무하는 것을 크게 원하지 않고,근로자들도 작업에 대해 금방 싫증을 느끼는데다 일 자체가 별로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임금 및 근로조건이 조금이라도 더 나으면 쉽게 자리를 옮겨가게 된다.
87년 6·29선언 이전까지 노조활동이 침체되어 있었던 것도 한 요인. 노조는 높은 임금과 고용의 안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기업간 이동을 감소시키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이밖에 남자의 경우 병역의무,여자의 경우 혼인이 있어 이 기간을 전후해 직장을 많이 바꾸게 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구인·구직정보 서비스 강화등 적극적인 직업안정책으로 직장선택을 둘러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여성 근로자를 위한 직업훈련,적합직종 개발,탁아 및 육아시설의 확충 등에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또 퇴직금 누진세,장기근속 근로자에 대한 주택분양 우선권 제공등 장기근속 유도정책도 필요할 것이다.<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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