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회 KT배 왕위전' 깨끗한 사석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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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예선 하이라이트>

○ . 조한승 9단 ● . 서중휘 초단

전통의 KT배 왕위전이 시작부터 혼전의 연속이다. 최강으로 지목된 이세돌 9단이 토너먼트 첫판에 지난해 신인왕 백홍석 5단에게 패해 탈락하더니 백홍석도 3회전에서 '영환도사'로 유명한 김영환 8단에게 쓴맛을 봤다. 갓 입문한 초단들이 도처에서 서슬 퍼런 칼을 휘두르며 강자들을 무차별로 쓰러뜨리고 있는 것도 41년째를 맞은 왕위전의 특별한 모습이다. 이 판에 등장하는 서중휘 초단은 아마 시절 각종 대회를 휩쓸더니 2년 전 프로가 됐다. 이번 대회에선 초장에 두 명의 여자 기사를 이기고 3회전에선 조훈현 9단이란 거목에게 일격을 가했다. 그 다음 상대는 최고 레벨의 조한승 9단.

장면도=팽팽한 초반전. 조한승 9단이 44로 갈라쳐 전투를 걸어 왔다. 흑의 대응이 어려운데 최선의 방어는 무엇일까.

누구나 '참고도' 흑1로 나가는 수를 떠올리는 장면이다. 그러나 타이밍 좋게 백2가 놓이면 흑은 점점 고난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내친김에 3으로 공격하면 백4의 선수 파호가 아프다. 그 다음 6으로 봉쇄해 통째 잡으러 오는 수도 겁나고 A로 움직여도 뒤가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진행도(45~49)=서중휘 초단은 45로 끊어 후환부터 제거했는데 이 수가 의외로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기본에 충실한 수였다. 백은 지체 없이 퇴로를 차단하고(46) 흑 네 점을 포획했으나(48) 흑도 그사이 47, 49로 좌하를 구축해 손익을 맞춘다. 깨끗한 사석 작전이었다. 프로라면 누구나 '버린다'는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법. 서중휘 초단은 그러나 이 사석 작전으로 국면의 혼란을 막고 선착의 효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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