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할시온 부작용 위험 크다/뉴욕타임스지 보도 논란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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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신착란·우울증·환상 등 유발/제조사서 임상 시험자료 감춰/국내 연 5억대 유통… 판금국가도 많아
정신착란·환상·우울증 등이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수면제 할시온(Halcion)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이 제품이 국내에서도 대량 생산·판매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전정성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할시온의 안전성문제가 최초로 제기된 것은 지난해 그룬트버그라는 한 미국 여성변호사가 이 수면제를 먹고 정신착란 상태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는 사건이 생기면서부터. 당시 미 법원은 할시온의 과용을 인정,그룬트버그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할시온 생산업체인 업존사는 각종 임상시험자료를 제출하며 『할시온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이 약품에 대한 제재조치는 없었다.
그러나 최근 뉴욕타임스가 『당시 업존사가 미 식품의약국(FDA)등 당국에 자료를 제출하면서 할시온이 다른 수면제보다 훨씬 위험하며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 또한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임상시험자료를 고의로 숨겼다』고 폭로함으로써 다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의 불똥은 최근 시민의 모임이 『국내에서도 연간 5억원어치의 할시온이 제조·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국내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의약분업이 이뤄지지 않은 우리 실정에 비춰볼때 할시온의 남용위험은 미국보다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의대 이정균 교수(신경정신과)는 『불면증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할시온의 경우 적정량만을 투여할 때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하루 7∼8알 이상(도합 2㎎) 복용할 때만 정신착란·경련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그러나 『의사의 처방없이도 약국에서 할시온을 구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불면증환자가 2∼3개 약국만을 돌아다녀도 적정량을 초과하는 할시온을 손에 넣을수 있다』며 남용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할시온은 현재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국의 경우 한사람에게 3일분이상을 조제해줄수 없으며 대다수의 약사들도 이같은 규정을 잘 지키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약국 저약국을 돌아다니며 수면제등을 구입하는데는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할시온파동이 국내확산의 조짐을 보이자 보사부는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보사부 마약관리과 이희성 계장은 『지난 1월초 대한의학협회등 관련단체에 할시온의 부작용사례·대체약물탐색 등을 보고해 달라고 시달했다』며 『의견이 수렴되는대로 판매제재조치를 포함한 가능한 대책을 빠른 시일안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할시온은 현재 영국을 비롯,핀란드·오스트리아 등에서 판매를 금지시키고 있으며 일본·프랑스 등이 이같은 조치를 조만간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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