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경비원”/후기대문제지 도난/“훔친 시험지는 불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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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험생인 교우딸 주려/공범여부등 밤생 추궁
【부천=특별취재반】 부천 서울신학대 후기대 시험문제지 도난사건은 이 대학 경비원으로 도난사실을 처음 신고했던 정계택씨(44)의 범행으로 밝혀졌다.
부천경찰서는 22일 오후 10시 용의자로 지목,조사해 오던 정씨로부터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고 발표했다.
정씨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우 이모씨(40)의 딸인 황모양(18·부천B여고3)이 이 학교에 장학생으로 합격토록 하기 위해 21일 오전 2시40분쯤 혼자 전산실에 들어가 문제지 4부를 훔쳤으나 겁이 난데다 양심의 가책으로 2시간여만인 오전 4시30분쯤 모두 불태웠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정씨의 진술이 다소 엇갈리는데다 범행동기가 석연치 않고 범행후 행적·현장방치 등 진술내용에 의문점이 많아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시험지를 태운 재와 시험지 상자를 찢은 칼등 물증확보에 나섰으며 검찰이 보강수사를 지휘하고 있다.<관계기사 22,23면>
◇범행=경찰수사결과 정씨는 20일 오후 11시쯤 함께 본관 경비 근무를 하던 경비원 이용남씨(26)를 정문 수위실로 데려가 함께 잠자다 21일 오전 2시쯤 몰래 일어나 시험지가 보관중인 전산실로 갔다.
정씨는 전산실로 연결된 교무과사무실 앞에 도착,평소 갖고 다니던 1백20㎝짜리 순찰용 막대기로 2m 높이의 교무과사무실 유리창을 깨고 맞은편 소강당에 있던 사다리를 이용,교무과로 들어갔다.
정씨는 이어 자신이 갖고있던 전산실출입문 마스터키를 이용,전산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사무실안에 있던 칼로 문제지 박스4개를 찢어 각 박스에서 문제지 1부씩을 훔쳐냈다.
정씨는 전산실문을 닫은 다음 교무과의 깨진 유리창틀에서 거꾸로 엎드려 교무과문을 닫은뒤 정문수위실로 되돌아갔다.
◇범행동기=정씨는 경찰에서 2년전 부천시 심곡1동 부천성결교회에서 알게된 이씨의 딸 황양이 이대학 사회사업학과에 장학생으로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위해 문제지를 절취했다고 말했다.
경찰수사결과 황양은 전기대입시에서 청주대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했으나 경제사정때문에 입학을 포기하고 후기인 서울신학대에 응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경찰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황양이 높은 점수를 얻어 장학생으로 학교에 다니도록 해주기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수사·자백=경찰은 당초 정씨가 20일밤 본관 1층 교환실에서 잠을 잤다고 진술했다가 다시 정문수위실에서 잤다고 진술을 번복하는데 의심을 품고 정씨를 용의자로 단정,집중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22일 오후 이 대학 경비과장 조병술씨(56)로부터 『정씨가 청주대에 합격했으나 경제사정 때문에 합격을 포기한 황모양의 서울신학대 응시를 도와주었다』는 제보를 얻은뒤 이를 근거로 정씨를 추궁,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황양은 『서울신학대에 지원하게 된 것은 같은 교회재단인데다 학교가 집에서 가까워 택하게 된 것』이라며 『정씨와는 같은 교회에 나가며 알게됐고 어머니와 친하게 지내는 사이지만 정씨에게 입시와 관련해 아무런 부탁이나 협조를 구한적이 없다고 말했다.
◇범인주변=정씨는 66년 부산 Y상고를 졸업하고 부산운수(주)를 거쳐 대전의 회사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3월25일 이 대학 모과장의 추천으로 경비원으로 취직,월 60만원의 보수를 받으며 근무해왔다.
정씨는 2년전부터 성결교 부천교회에 나가기 시작,집사일을 맡고있으며 가족으로는 부인 배모씨(43)·와 외아들(17·고2)이 있다.
정씨는 89년 12월 업무상 배임혐의로 입건돼 수배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 취재반
▲사회 1부=김정배 차장,최훈·이철희·홍병기·유광종기자
▲사진부=오동명·김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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