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릉 … 화폭 때리는 금강산 물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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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금강산 구룡폭포에서 물줄기가 하얗게 쏟아져내린다(그림). 화면에서"우르릉 우르릉"하는 소리가 커다랗게 울린다. 물소리는 물줄기 옆으로 힘차게 뻗고 있는 파란 선에서 들려온다. 파랑에 물의 흰빛을 겹쳐서 사용했다. 폭포는 소용돌이치는 에메랄드빛 담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사석원(47)이 그린 금강산은 강렬한 색채와 억센 필선이 특징이다. 선명함은 물감을 섞지 않고 한가지씩만 쓰는 데서 온다. 작가는 말한다. "섞으면 선명도가 떨어져 버리거든요."

그는 팔레트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튜브를 그대로 캔버스 위에 짠다. 그 위에 동양화의 둥근 붓을 수직으로 세워서 긋는다. 때로는 물감을 튜브째로 캔버스 위에 힘껏 뿌리기도 한다. 이래저래 강렬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표현한 금강산에선 힘과 아름다움이 함께 느껴진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유화 물감을 쓰는 사 작가는 원래 당나귀와 닭을 그린 해학적인 작품으로 이름이 높다. 이번에는 금강산의 사계를 담은 대작 50여 점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30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전시의 제목은 '만화방창(萬化方暢)'.'따스한 봄날 만물이 한창 자라난다'는 뜻이란다. 작가는 제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한다고? 그렇다면 그것들과 더불어 놀 줄도 알아야지. 노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거든. 놀자, 한바탕 징하게 놀아보자. 즐거운 인생을 위하여!"

그렇게 신나는 마음으로 그린 작품들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현란한 색채의 향연 속에서 꿈틀거리며 나아가는 힘찬 붓을 따라가다 보면, 뭔가 가슴 속에 맺혀있던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 오는 것이다. 작품 제목도 친절하고 시적이다. '옥류동 진달래야, 누굴 위하여 시들고 누굴 위하여 피는가', '망양대가 온통 꽃 무더기니 이를 어쩌나', '상팔담아 눈 속에 갇혔구나'등.

‘만화방창 외금강 구룡폭포’, 캔버스에 오일,130.3 x 162.2㎝, 2006.


그는 우연히 금강산 단체 여행에 참가했다가 푹 빠져버렸다고 한다. "산이란 게 바위가 좋으면 숲이 허술하고 둘 다 좋으면 물이 부족한 법입니다. 그런데 금강산은 세 박자를 고루 갖췄어요. 그래서 다섯 차례나 찾아갔습니다. 진짜 절경이 많다는 내금강이 개방되기를 기다리고 있지요."

그의 작품은 수집가들에게 인기 절정이다. 이번 전시작은 걸기도 전에 모두 팔린 상태라는 후문이다. 4월 22일까지. 02-720-1020.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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