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별을 좇는 여성들-「화이트 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밤하늘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좇아 별들과의 교신을 계속하는 여성 아마추어 천체 관측 모임 「화이트홀」.
이대 아마추어 천문회 출신들이 주축이 된 이 모임은 밤하늘을 관찰하다보면 언젠가 새별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이 별에 이름을 붙여 주리라는 소녀 같은 희망 속에서 주말마다「별자리 여행」을 떠난다.
『한없이 넓은 밤하늘을 관찰하다 보면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왜소성을 새삼 깨닫게 돼 겸허해진다』는 모임 대표 이조옥씨 (27)는 『수백만개의 유성이 한꺼번에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유성우를 볼 때는 신비로운 아름다움과 대자연에 대한 외경심에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고 별 관측의 감동을 소개했다.
이들이 관측 장소로 자주 찾는 곳은 수원 용주사, 광탄 보광사 등 서울 근교의 사찰. 절을 관측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별 관찰과 촬영을 위해선 인가·자동차·군부대 등으로부터의 불빛이 일절 없어야 하고 여성으로서 신변 안전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85명의 회원들 가운데 결혼한 사람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남편들이 동참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대학시절 88개 별자리의 위치를 익히는 등 기초 단계를 마친 이들은 주로 지름 6인치짜리 망원경으로 별들이 희미한 구름처럼 퍼져있는 성운이나 서로 집단을 이루고있는 성단의 관측을 하고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등을 읽고 천체관측을 문학적 감상에서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하면 할수록 천체관측이 엄밀한 과학이며 힘든 노동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알게된다』고 전 대표 임성현씨 (29)는 말한다.
84년 창립된 이 모임의 이름인 「화이트 홀」은 18세기말에 처음 제기돼 아직까지도 천문학계에서 존재 유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블랙 홀」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 지은 것이다.
무한대의 중력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블랙홀이 있다면 모든 것을 생성시키는 공간 (화이트 홀)도 존재할 것이라는 일부 과학자들의 가설이 바로 그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정체되지 말고 모든 것을 생성시키는 화이트 홀처럼 창조적인 여성이 되자는 취지에서 모임 명칭을 「화이트 홀」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