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표중심”에 계파의견 분분/민자 확대당무회의 미묘한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YS후보 가시화의 수순 민주계/당의 결속 강조한 것일뿐 반YS/공천과정서 계파내분 큰 파고예상
노태우 대통령이 11일 민자당 확대당무회의에서 『김영삼 대표는 당의 중심』『당의 한가운데 위치』라고 한 발언을 놓고 각계파가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손주환 대통령정무수석이 이를 2단계 가시화 조처라 일부러 강조했고 김대표가 당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지명으로 발언했다는 대목을 놓고 계파간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계는 『YS후보가시화조치의 일환』이라고 해석,반색하고 있는 반면 민정·공화계는 『당의 결속을 촉구한 것일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도 혹시 다른 의미가 내포된 것은 아닐까 경계하는 모습이다.
민주계는 이날 발언을 토대로 노대통령과 김대표간 이른바 밀약설을 계속 확산시켜나갈 태세며 민정·공화계는 그같은 공세에 그때그때 찬물끼얹기 진화작전으로 맞서 민자당 내분은 외형상 수습국면에 접어들었으면서도 내부적으론 팽팽한 접전이 벌어지는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10일 노대통령 연두기자회견에서 YS후보가시화에 대한 이렇다할 언급이 없어 크게 실망감을 나타냈던 민주계의원·비서진들은 노대통령의 당무회의 발언에 다소 힘을 얻은 듯 『앞으로도 계속해 김대표의 위상을 높이는 단계적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장담하는 등 밝은 표정을 회복.
한 핵심 측근은 노대통령이 김대표를 『어느 계파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계파를 초월,당의 한가운데 위치』시킴으로써 노대통령은 이를 당내 1인자 임을 내외에 언명했으며 이는 노대통령이 김대표를 차기후보로 내정하고 있음을 간접화법으로 밝힌 것이라고 확대 해석.
그는 당무위원·상임고문·당소속 국회상임위원장등 당의 주요인사가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특별히 김대표만을 거론하며 『이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평생을 투쟁하고 노력해온 분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찬사를 보낸 대목이 의미심장하지 않느냐고 강조.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민주계 한 중진의원은 『기자회견때의 우려를 완전 불식시켜주는 분위기였다』고 나름대로의 소회를 밝히며 『대국민 기자회견이란 특수성,당내 반발세력에 대한 고려등 때문에 회견에선 YS를 보다 선명히 지칭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
김대표의 측근비서는 『공천작업에서부터 김대표의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공천을 둘러싼 지분 싸움에 역점을 둘 뜻을 시사. 민주계는 이를 바탕으로 친민주성향의 민정계를 동원해 민정계 포섭에 착수할 태세.
○…회의가 끝난뒤 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은 토요일인데도 불구,평소와 달리 당사로 나와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노대통령의 당무회의발언이 확대해석 될까봐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
김최고위원은 「당중심」이란 표현이 후보가시화를 뜻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알아서 해석하라』면서도 『4자회동·기자회견·당무회의는 다 같은 맥락으로 노대통령이 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여달라』고 당부,「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님」을 애써 강조.
김최고위원은 『지금까지 그런일(분파행위)들이 있었으나 바람직하지 않으니 삼가고 합심하여 책임을 수행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
박최고위원도 김대표를 후보로 암시한 회의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계파의 대표로 위치해서는 안되고 단합하라는 뜻으로 어제 회견과 결부시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역시 민주계의 주장과는 다른 의미로 해석.
박최고위원은 『총재가 회견내용을 중심으로 총선에서 단합하여 승리하자는데 오늘 회의의 취지』라고 덧붙여 회의성격 자체를 축소평가.
한편 민정·공화계의원들은 민주계측이 이날 회의를 후보가시화의 한 수순이라는 식으로 몰고 가려는데 경계심을 표시하며 『이미 끝난 이야기』『얼굴없는 공세가 또 먹힐줄 아느냐』고 일축.
신정치그룹의 이종찬 의원은 『총선후 자유경선이라는 대원칙이 확정된만큼 노대통령의 언급하나하나를 민감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김대표측의 가시화 해석론을 무시.
이의원은 『자유경선원칙천명으로 대권논쟁은 일단 종식됐다』면서 『이제 남은 과제는 총선승리』라고 강조.
그러나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가 『대통령의 말씀은 김대표위상이 한단계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고 봐도 좋을 것』이라고 한 설명을 놓고는 찜찜해 하는 측과 노대통령 특유의 두길보기로 보는 시각으로 반응이 엇갈리기도 했다.
민정·공화계는 앞으로 연대강화를 은밀히 추진,총선후 전당대회에서 통일된 행동을 취한다는 목표이나 김·박 두최고위원과 이종찬·박철언 의원등이 한마음이 될 수 있겠느냐는 점엔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
그러나 일단 YS진영과의 1라운드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이를 토대로 반YS연합전선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고 민주계의 공천지분 확대 요구를 효과적으로 봉쇄해 나간다는게 대체적 분위기.
민정계 한 중진의원은 김대표가 당무회의에서 『단합을 깨뜨리고 빈축을 사는 경우 가차없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표명한 것을 두고 『다소 강화된 당내위상을 최대한 활용,역공을 취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해석하면서 공천과정에서부터 영향력을 노리는 등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했다.<허남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