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생범인」/민사소송 비화/의혹남긴채 99일만에 종결된 검찰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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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진술·증거로 “오빠 범행”검찰/왜곡된 짜맞추기 수사 가족/권군 화상·변협지적 설명못해 더 의문
서울 대흥동 국교생피살·방화사건은 검찰이 의혹을 완전히 풀지 못한채 7일 경찰과 마찬가지로 오빠 권모군(10)을 범인으로 단정,수사를 종결함으로써 발생 99일만에 형사적 처리가 일단락됐다.
지난해 10월21일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권군 친구 노모군(10)에 대한 참고인조사등 보강수사를 통해 권군이 진범이라고 결론지었으나 형사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죄안된」결정을 내린다고 7일 밝혔다.
그러나 권군이 여전히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뚜렷한 물증마저 없는데다 가족들이 법정투쟁으로 누명을 벗기겠다고 맞서고 있어 진실공방은 제2라운드로 접어들게 됐다.
◇검찰결론=검찰은 ▲권군자백 ▲권군과 숨진동생 미경양이 다투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노군의 번복된 진술 ▲권군의 얼굴과 배에 난 상처 ▲일관성없는 권군 진술 등을 증거로 들고 있다.
『권군이 같이 놀아주지 않는다고 투정하는 동생과 말다툼 끝에 전기줄로 동생의 목을 감고 부엌칼로 배를 찌르고 이불로 덮어 질식사망케한 뒤 현장을 없애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것이 검찰의 범행과정 결론이다.
정황증거로는 ▲밖에 노군이 있었는데도 비명등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았고 ▲권군 목둘레의 색흔은 실신할 정도가 아니며 ▲화재시 권군이 신발까지 신고 나오는 여유를 보인 점 등을 들어 외부인의 범행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피살된 미경양이 당시 옷을 입고 있지 않았었다는 대한변협 조사단의 지적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실수로 의복성분감정을 빠뜨려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미경양의 사인이 칼에 찔려 숨졌다는 경찰발표와 달리 부검결과 질식사로 나타나자 검찰은 『칼에 찔려 가쁜 숨을 쉬다 이불을 덮어 씌우는 바람에 질식사했다』고 얼버무렸다.
외부인의 것으로 볼 수 있는 낯선 신발이 사건현장에 있었던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도 출처·행방 등에 대한 추적수사를 하지 않아 역시 수사미진이란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의문점=가장 큰 논란은 노군 진술.
검찰은 싸움장면을 목격했다는 노군진술이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지난해말 노군은 본사기자에게 스스로 이같은 진술이 『경찰의 강압으로 지어낸 것』이라고 밝혀 신빙성에 의문을 남기고 있다.
검찰은 또 미경양이 칼에 찔렸다고 했으나 장기 손상이나 복부에 칼에 찔린 흔적이 없다는 국과수의 부검결과에 대해 설득력있는 설명을 못하고 있다.
검찰은 권군의 배에 있던 송곳에 찔린 모양의 상처 13곳이 외부인 침입으로 위장키로 위한 권군의 자해흔적이라고 주장하나 급박한 상황에서 10세짜리 어린이가 그토록 치밀할 수 있을까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는 중론.
특히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권·노군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경찰의 협박 ▲외부인의 범행가능성 등은 철저히 외면해 수사의지를 의심케하고 있다.
또 권군이 범인이라면 화상은 왜 입었으며 사건직후 병원에서 권군에게 산소호흡기를 써야할 정도로 가스를 많이 마셨겠는가에 대해서도 명쾌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
◇민사소송=권군가족은 『아들이 범인이라는 틀을 만들어 놓고 짜맞추기식 수사를 벌인 형식적절차에 불과했다』며 『아들의 무죄가 명백한 만큼 법정투쟁을 끝까지 벌여 나가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다음주중 국가를 상대로 명예훼손부분에 대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권군측 변호인인 신기남 변호사는 『수사과정에서 사실을 부인하는 권군을 협박과 회유로 허위자백을 끌어 냈다』며 『증거추론과정에서도 상식에 반하는 정황증거로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민사와 함께 수사기관을 상대로 고소·항고 등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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