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동경대/대학원중심으로 변신(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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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낡은 연구시설·과밀한 강좌 타개대책/학부는 일반교양 위한 대강좌에 주력
일본의 명문 동경대가 대학원중심 대학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봄 법학부를 필두로 금년에는 이학부와 공학부가 대학원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대학원 중심 학부구성은 이학부에서 시작됐다.
연구시설의 노후화,연구비부족등에 시달려온 이학부는 오래전부터 열악한 연구환경을 발본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학부와 대학원의 연구체계 일원화 및 연구비 상향조정과 조직개편을 허가해주도록 문부성에 요청했었다.
그러나 문부성 당국은 이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학교교육법 개정등 까다로운 관련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었다.
동경대의 대학원중심체제 추진은 이 구상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법학부가 최근 적극성을 보이면서 가속화하고 있다.
법학부는 학부개설 강좌가 과밀해지면서 교수·조교수·조교등 교수진이 대거 투입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전문연구과정인 대학원의 교수부족과 연구비부족을 초래했다.
뿐만 아니라 학부학생은 그들대로 과밀한 강좌를 원만하게 소화해내지 못해 유급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법학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한 끝에 3년전부터 「대학원 중심화」계획을 내놓았다.
우선 법학부는 「교수·조교수·조교 각 한사람」으로 구성된 소강좌를 통합,복수의 교수진이 참여하는 대강좌로 변형시키고 학부에서 여유가 생긴 교수진을 대거 대학원으로 이적시켜 결과적으로 대학원을 충실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법학부는 그밖에 대학원의 연구자육성과정과는 별도로 희망자에 한해 학부에서 보충교육을 받게 한다든지,직장인 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한 과정을 신설하는등 혁신적인 조치를 강구해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다.
이같은 법학부안은 문부성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최근 수년간 제자리 걸음만 되풀이 하던 연구비도 25%나 인상되기에 이르렀다.
동경대의 전반적인 대학원 중심화 경향의 배경에는 시설노후화,연구비부족 등에 불만을 품은 대학 연구인력이 대거 시설좋은 민간연구소나 외국연구기관으로 빠져나가고 외부로부터의 차가운 시선이 쏠리는데 대한 초조감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최근 동경대를 찾은 많은 연구자들이 명성에 걸맞지 않게 열악한 연구환경에 실망,「박물관」「두뇌의 관」등이란 혹평을 서슴지 않았다.
동경대가 열악한 연구환경에 시달리게 된 것은 대학원학생의 급격한 증가에도 그 원인이 있다.
학부학생 1만5천명에 비해 대학원생수가 6천명이나 되고 보면 뿌리부터의 개혁없이는 대학원이 더이상의 전문연구과정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동경대는 학부를 전공개념보다는 일반교양에 역점을 둔 대강좌위주로 전환하고 대신 대학원의 전공강좌에 충실을 꾀하는 쪽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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