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물권법 10월 발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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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국에 '딩쯔후(釘子戶.못 박은 집)'라는 말이 있다.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당국이나 개발업자의 낮은 보상에 반발해 이주를 거부하고 버티는 철거대상 주택의 주인을 가리킨다. 일종의 생존형 알박기다. 최근 중국에선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충칭(重慶)시 주룽포(九龍坡)구에 위치한 양우(楊武)와 우핀이라는 30대 부부의 사례는 전국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의 집 주위는 이미 10여m 깊이로 파헤쳐진 지 오래다. 전기도 물도 끊겼다. 이웃 200여 세대는 쇼핑센터를 세우려는 당국과 개발업자의 보상금을 받고 하나둘씩 떠났다. 하지만 양씨 부부는 일터이자 보금자리인 '식당 딸린 2층 집'의 보상금으로 당국이 제시한 수천 위안(약 수십만원)으로는 다른 곳에서 생계를 꾸릴 수 없다며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집앞에는 현재 보도진이 진을 치고 있다. 써우후(搜狐)와 신낭(新浪) 등 중국의 주요 포털에서 이들은 '서민 심정을 대변하는 수퍼맨 부부'로 통한다. 인터넷에는 매일 수많은 지지 댓글이 붙고 있다. 법원은 지난주 강제철거 명령을 내렸지만 내외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여론도 양씨 부부에게 기울자 갑자기 이를 보류했다.

사건이 이렇게 불거진 것은 지금까지 중국에선 경제발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주민 권리 보호보다 개발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토지가 국유라는 법적 명분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수천 위안 내외의 소액 이주비만 주고 주민들의 집을 강제 철거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10월 물권법이 발효되면 개인 재산에 대한 권리는 물론 국가 소유인 토지 사용권도 보호를 받게 되므로 이 같은 일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시점에서 양씨 부부가 주목받는 이유다.

충칭 변호사회 한더윈(韓德雲) 부회장은 "물권법이 발효되면 개발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한 소송이 매년 수만 건에 이르러 예전같이 신속한 개발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안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는 8만여 건의 크고 작은 시위가 있었으며 이 중 70% 이상이 터무니없이 낮은 이주 보상비에 반발한 주민들의 시위였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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