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명품 중 명품'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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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본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가 미국 시판가 기준으로 10만 달러(약 1억원)가 넘는 최고급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렉서스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32만2000대가 팔린 세계 정상급 브랜드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렉서스가 올 여름 LS600h 모델을 앞세워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라고 26일 보도했다. 지난해 출시된 LS460은 세계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으며 7시리즈.S클래스와 격전을 치러왔다.

그러나 LS460은 엔진이 4.6ℓ에 불과해 BMW 760Li, 벤츠 S600처럼 7시리즈와 S클래스의 최상급 모델과는 배기량 싸움에서 밀리는 양상이었다. LS460은 최대 8만3000달러로 가격 면에서 10만 달러 이상 최고급 차만을 찾는 부유층의 눈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차량인 LS600h의 가격은 10만 달러 이상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하이브리드 차는 저속에서는 전기를, 정상 운행 때는 휘발유를 사용한다.

렉서스는 LS600h 출시를 계기로 마케팅 전략도 새로 짜고 있다. 렉서스가 루이뷔통.프라다.구찌처럼 '명품 중의 명품'으로 인식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거주하는 집을 제외하고 5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지닌 부자들에게 자문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내에서 '돈 많은 부인용 자동차'란 이미지로 고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젊은 남성도 좋아하는 차량 분야도 개척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에서 벤츠와 BMW는 각각 고객의 60%, 58%가 남성이지만 렉서스는 51%가 여성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수퍼 렉서스'라는 애칭의 신차를 개발해 BMW M시리즈, 벤츠 AMG와 한판 대결을 벌일 방침이다. M시리즈와 AMG는 겉모습은 양산 차량과 같지만 엔진 등을 튜닝해 500마력이 넘는 출력을 낼 수 있는 호화판 스포츠카다. 애스턴마틴 밴터지, 포르셰 911 GT3, 아우디 R시리즈도 이 부문 경쟁 차종이다. 렉서스는 앞으로 BMW와 벤츠를 뛰어넘어 롤스로이스.벤틀리.마이바흐와 경쟁할 수 있는 초일류 명품 차량도 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우선 반응은 긍정적이다. 최근 14만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벤츠 S600을 구입한 크리스 험멜 오라클 부사장은 샌프란시스코 집 근처에서 S600이 무려 다섯 대나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 너무 흔해 목에 힘을 주기가 힘들었다는 얘기다.

험멜 부사장은 "렉서스가 그동안 고급 차량임에도 가격 면에서 최고 부유층을 유인하기는 힘들었다"며 "벤츠와 BMW처럼 10만 달러 이상 최고급 차량으로 명품 이미지를 확고히 한다면 당장에라도 렉서스를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WSJ는 "렉서스도 새로운 이미지 구축이 단시간에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확고히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기보다는 장기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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