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중국 소비자 목소리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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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내수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중국에서 '소비자 파워'가 무섭다. 소비자 단체까지 출현해 개별적인 불만을 집결하면서 소비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불만 댓글 봇물=특히 품질에 불만을 품은 소수의 소비자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때로는 악의적인 글을 유포시키고 있어 한국 등 외자기업들로선 선의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의식 수준이 개선되면서 과거에는 그냥 넘어가던 불만 사항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상하이(上海)에 거주하는 중국인 인(尹)모 씨는 지난 23일 중국의 한 소비자단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일본 노트북업체인 도시바의 품질 불량을 고발했다. 그는 "1만3500위안을 주고 산 노트북이 2년도 안돼 하드웨어가 망가지고 또다시 1년 만에 모니터가 고장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푸젠(福建)성의 우(吳)모 씨는 지난해 12월 2200위안을 주고 산 노키아 5300 휴대전화가 MP3를 다운받을 때마다 전화가 꺼져버린다며 항의했다. 중국 정부도 한 몫 거든다. 소비자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 다국적 기업에게 품질검사와 안전점검 등 다양한 형태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 겨냥=소비자의 화살은 미국.일본.유럽.한국 등 다국적 기업을 주로 겨냥하고 있다. 불매운동.집단소송.리콜요구 등 형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현대.포드 자동차 등은 자동차 업체들도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집단 소송 압력에 노출돼 있다. 중국의 대표적 소비자단체인 '중국소비보고(中國消費報告)'는 소비자의 날인 15일 삼성전자에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 단체는 편지에서 "삼성의 DC(디지털 카메라) 품질 문제로 소비자들이 정상적으로 사용을 못하는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소비보고'는 주기적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많은 기업을 겨냥해 집중 포화를 쏘는 단체다. 소니.SKⅡ 등 일본 업체들은 중.일 관계만 틀어져도 불매운동의 단골 표적이 된다. 세계 최대 식품 체인인 맥도날드의 경우 제품을 파격적으로 할인 판매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인 고객이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더 사고 싶다며 무릎을 꿇는 장면을 광고로 내보냈다가 "중국인을 모독했다"며 홍역을 치렀다.

지만수 KOTRA 베이징대표처 수석대표는 "정치운동이 활발하지 못한 중국 사회의 특성상 시민사회의 불만이 소비자운동 형태로 강하게 표출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들어 외자 기업을 겨냥해 경쟁업체가 불만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며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하려는 기업들은 품질은 물론이고 사회적 이미지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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