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가입, 학생 동의 받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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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연세대 총학생회(회장 최종우.23.신학과 3)가 한총련 등 외부 단체에 가입.활동하려면 사전에 학생들의 의견을 묻도록 학생회칙 변경을 추진 중이다. 현 총학 집행부는 비운동권 출신이다. 그동안 운동권 총학은 학생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한총련 활동을 해왔다.

최종우 학생회장은 "연세대의 경우 2005년 한총련 탈퇴를 공식적으로 선언했지만 지난해 운동권 학생회가 들어서면서 '없던 일'이 됐다"며 "학생들과 괴리된 학외 활동을 학교 이름을 내걸고 하는 것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비운동권 학생회가 들어선 경희대.성균관대 등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총여학생회, 성평등위원회로 변경"=25일 연세대 총학에 따르면 총학의 외부 단체 가입 제한과 각종 특별위원회 재정비를 골자로 한 회칙 개정안을 학생 총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지난주 공고된 개정안은 총학이 교외 단체 가입.지지.연대선언을 하려면 과.반 학생회 정부회장(170여 명)으로 구성된 확대운영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도록 했다. 총학은 투쟁기구 성격의 특별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었던 근거 조항도 삭제할 방침이다.

교육.통일.인권위원회가 그 대상이다. 이들 위원회는 총학 집행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해 왔다. 이 때문에 외부의 특정 세력과 연계해 학생회비를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회칙 개정안은 위원회 명칭부터 목적.구성.권한 등을 정할 때 확대운영위원회 과반수의 의결을 거치고 활동 내역도 보고하도록 했다. 또 활동기한을 3개월로 하되 두 차례 연장 가능토록 해 무기한 활동하는 관례를 없앴다.

개정안에는 총여학생회를 없애는 대신 총학 산하에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총학 측은 "양성 평등은 남녀 학생이 동일한 선상에서 논의해야 바로 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총여학생회는 "학내에서는 여학생이 여전히 약자인 만큼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총여학생회는 여학생들이 직접 선출해 총학과 별도로 운영된다. 학생 총투표는 4월 30일~5월 4일 실시된다.

◆ 다른 대학으로 확산 조짐=연세대의 이런 움직임은 다른 대학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총학생회 선거가 끝난 서울지역 20곳의 대학 중 9곳이 비운동권이다.

경희대 김병민(25.무역학과 4년) 학생회장은 "올해 안에 외부 단체 가입 관련 규정 등을 포함한 학칙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우선 다음달 중에 한총련 탈퇴 여부를 묻는 전체 학생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박상하(22.재료공학부 4년) 학생회장도 "학생들과 동떨어진 총학생회의 활동은 지양해야 한다"며 "총학생회는 학내 사안과 학생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의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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