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전철사고 왜잦나|정비불량·보수소홀이 주인|예산·인력부족·발뺌에만 급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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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수도권전철·서울지하철이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사고에 두손을 들고 있다.
열차추돌 사고에 레일이 깨어져 나가는 아찔아찔한 대형사고의 위험을 간신히 모면하고 영하11도의 추위에 전력공급선이 쪼그러들어 1시간이상 불통하는가하면 대입시험일인 17일에도 단전사고가 발생, 수험생들의 발을 동동구르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가 거의 돌발이 아닌 예방점검·관리부실 때문에 발생하고있으나 철도청과 서울시지하철공사는 인력부족·예산타령만 늘어 놓은채 손을 놓고있어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있다.
서울 지하철에서 올들어 발생한 안전사고는 총26건. 이중 54%인 14건이 장비의 노후결함으로, 12%인 3건이 정비불량으로 발생했다.
또 철도청관할 수도권전철에서 발생한 총23건의 안전사고의 90%가 차량고장, 신호 및 전차선고장등으로 발생했다.
이는 지하철공사와 철도청이 사전점검정비·보수등 안전관리 대책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보여주고있다.
지난달 12일 발생한 종각∼시청역구간 지하철 레일파손사고는 파손된 레일을 지난 83년 한차례 교체된바 있으나 급회전구간으로 평소 압력을 많이 받아왔다는 점에서 수시 점검이 필요했으며 뚝섬역의 전차선 수축으로 인한 합선단전의 경우 예보를 통해 기온이 급강하 하겠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도 불구, 사전정비·점검을 소홀히 해 발생했다.
이밖에 구로·영등포역구간에서 자주 발생하는 아황산가스로 인한 전차선 부식브레이크 고장, 전동차 바퀴탈선등도 평소 보수점검만 잘해도 대부분은 예방이 가능한 것들이다.
◇인력타령=지하철공사에는 현재 4천여명의 정비·보수인력이 차량 1천1백72대, 신호통신·전기·선로등 각 분야별로 10여개의 분소에서 3개조 2교대방식으로 근무하고있다.
오전9시∼오후7시, 오후7시∼다음날오전9시까지로 나누어 일하고 있으나 사실상 보수정비를 할수있는 시간은 단전기간인 영업시간이후의 0시30분부터 오전4시까지로 3시간 남짓.
공사측은 이 시간중에 총선로 3백40km에 이르는 전구간의 전차선·레일 및 차량을 제대로 보수·정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변명하고 있다. 철도청도 전동차량이 5백60대에 이르고 있으나 보수인원은 2백33명에 그쳐 차량1대당 보수인원은 0.41명에 불과해 완벽한 정비·점검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예산타령=지하철공사가 시의회에 승인을 요청한 내년도 총예산액은 8천6백억원, 이중 40.6%인 4천94억원이 지하철건설등에 따른 부채상환원리금이다.
이 가운데 이자만 해도 1천7백억. 이는 내년영업예상수입 2천8백억원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전체예산중 시설수선유지비는 80억5천4백만원, 올해 50억8천9백만원에 비해 58.3% 늘었으나 전체예산대비비율은 1%에도 못미치고 있다.
철도청도 내년예산수입1조7백54억중 시설보수비는 2%인 1천2백억원에 그치고 있다.
해마다 늘어나는 부채원리금 부담과 신규차량 도입등으로 차량보수·유지에는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서울지하철공사와 철도청의 적자타령이다.<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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