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덩치만 키운 포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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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포털업계가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야후코리아 사이트에 사용자 제작 콘텐트(UCC)를 가장한 음란 동영상이 올려진 데 이어 21일엔 네이버와 다음 등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져 네티즌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문제는 포털들이 이런 유형의 일이 터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포털업계의 한 관계자는 "터질 것이 터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털은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렸다. 이용자를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에만 몰두했다. 폭력이나 음란물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는 소극적이었다. 하루에 5000~6000건의 UCC 동영상이 올라오는 한 사이트의 모니터링 요원은 고작 20명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말이나 밤시간대의 모니터링 시스템은 거의 작동되지 않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네이버.야후코리아.다음은 어떤 회사인가. '온라인 세상'을 지배하는 '빅3'다. 여론의 흐름을 좌우하기도 한다. 특히 네이버는 올해 8000억원의 매출액을 바라보는 큰 회사로 성장했다. 한 해에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긴다. 이같이 성장한 것은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접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몸짓 키우는 데만 주력했을 뿐 주변을 돌아보는 일에는 소홀했다. 콘텐트나 서비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백억원을 쓰면서도 스스로 '온라인 세상'을 정화하는 일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실제로 포털은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현금이나 경품을 내걸고 동영상 등 콘텐트를 확보하는 데 골몰했다. 그래야 방문자가 늘고 그 규모에 비례해 광고수익을 더 많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도 마찰음도 들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형 포털업체들이 온라인 세상의 '거인'이란 우월적인 지위를 활용해 콘텐트를 공급하는 업체들을 압박하지는 않는지를 살피기 위해 조사의 칼날을 겨누고 있다.

포털은 우리 국민이 매일 숨을 쉬는 곳이다. 특히 청소년이나 어린이들도 찾는다. 네이버에는 하루 동안 드나드는 방문자만 1500만 명에 육박한다. 다음이나 야후코리아도 이에 못지 않다. 포털은 커진 덩치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감과 윤리의식으로 무장해야 네티즌들의 사랑을 계속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장정훈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