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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태평양증권 전격인수의 안팎/숨겨진 「계약조건」없나 업계 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제2이동통신 묵계·여신관리규정 회피등 구설수
선경그룹이 태평양화학그룹의 태평양증권을 전격 인수,증권업에 진출한다.
선경그룹은 10일 최종현 회장이 개인자격으로 태평양증권주식 2백83만주를 5백71억6천6백만원에 인수키로 태평양측과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선경이 인수키로 한 태평양증권주식은 총발행주식수의 15.22%며 의결권을 갖는 보통주를 기준으로 하면 19.27%에 달해 대주주 1인으로 등장하게 됐다.
이에 따라 선경그룹이 그동안 여러차례 추진했던 금융업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선경은 그동안 증권업에 뛰어들기 위해 한국투자증권(실제로 최회장과 유공명의로 13%지분보유)·동서증권·신영증권의 인수를 시도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는 별 성과없이 끝났고 현재는 한국투자증권(1백13만주)·신영증권(25만5천주)·경기은행(64만3천주)등 3개 금융기관의 주식을 갖고있다.
선경이 사들이는 태평양증권의 주당 매입가격은 2만2백원,최근 2개월동안의 가중평균가격 1만8천2백원에 2천원씩의 웃돈을 얹은 가격이다. 결국 영업권에 대한 가치는 주당 2천원씩 계산돼 56억6천만원이 되는 셈이다.
업계는 비록 최근 증시가 침체국면이 이어져 증권사경영이 어렵긴 하지만 자본금이 92억9천만원,자본총계가 2천63억원,91년상반기 영업실적이 25개 증권사(신설제외)중 11위인 중형증권사를 태평양그룹이 왜 이리도 헐값에 넘겼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그동안 증권가에 대기업의 하위증권사 인수설이 나돌았을 때 거론됐던 인수프리미엄이 2천억∼3천억원대에 이르는 높은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경측과 태평양그룹사이에 숨겨진 계약조건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업계의 관심은 여기에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증권업계에는 지난 10월부터 나도는 풍문대로 선경측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하는 대신 그 대가로 태평양그룹측에 민방과 함께 6공최대의 이권사업으로 불리는 제2이동통신사업참여를 보장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증권가에는 벌써부터 이같은 풍문이 나돌았는데 (주)선경과 태평양증권측은 지난 11월1일자 공시를 통해 이를 부인했었다.
그러나 10일 선경그룹관계자는 『선경그룹의 제2이동 통신사업 참여포기문제는 말도 안된다. 선경은 이미 미국의 벨사우스와 기술제휴,이동통신사업참여를 추진중이며 국내기업들이 컨소시엄형태로 이 사업에 뛰어들때 태평양그룹의 참여여부는 이것과 별개의 문제』라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선경측은 5백71억원이나 들이는 큰 계약을 최회장 개인명의로 했다. 더구나 선경측은 1년뒤 유공등 계열기업명의로 바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이같은 번거로움을 무룹쓰고 일단 최회장 개인명의로 인수하는 것은 현행 여신관리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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