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중학생이 금연운동 “점화”(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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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캐멀담뱃갑에 「해골속의 암」 포스터 각광/제조회사들과 법정싸움까지
끽연율 40%로 알려진 담배애호국 프랑스에서 요즘 중학생 5명이 벌인 금연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담배회사들과 일전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브르타뉴지방 캥페시의 중학생 5명은 금년 4월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는 알랭루케르네크 선생의 지도하에 금연포스터를 제작,프랑스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포스터가 주목받게된 것은 특이한 아이디어 때문.
이들은 기존 담뱃갑의 디자인을 기발하게 변형,금연운동용 포스터로 제작한 것이다.
예를들어 낙타를 소재로한 미국 담배 캐멀(CAMEL)의 경우 낙타 대신 낙타의 해골을 그려넣고 담배명 「CAMEL」자리에 「CANCER」(암)란 글자를 넣어 「담배는 암을 유발한다」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이들은 또 타악기 캐스터네츠를 들고있는 여인이 그려진 프랑스산 담배 지탕의 갑을 변형,캐스터네츠 대신 암을 의미하는 게의 집게를 그려넣었다.
그밖에 미국산 담매 말보로 갑으로부터 타르가 흐르게 한다든지 프랑스산 골르와즈 담배갑에 그려진 헬밋을 붉은피로 물들어 죽은 사람의 두개골로 형상화 시킨다든지 하는 식으로 디자인을 변경해냈다.
캥페시 당국도 이들의 금연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시내 곳곳에 2백50장의 포스터를 붙일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에 대해 담배회사들이 반발,시와 포스터를 붙인 업자,그리고 도안한 학생들이 다니는 중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긴급심리 결과 담배회사측이 승소,붙여놓은 모든 포스터를 떼도록 했으나 캠페인 예정기간 15일중 결과적으로 14일이나 게시됨으로써 TV·라디오 등 매스컴의 각광은 차질없이 누리고 큰성과를 올렸다.
담배회사측의 승소로 일단 캥페시와 중학교 등이 유죄판결을 받긴했으나 법원측은 지난 9월18일 판결을 번복,상표를 사용한 것은 정보의 자유,비판의 권리,건강에 관한 권리 등을 중시한다고 판시,이들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렸다.
프랑스는 미국이나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금연운동이 비교적 늦게시작됐으나 지난 1월 앞으로 TV·비디오·신문·잡지 등에 모든 담배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담배상표를 사용한 스포츠·이벤트 등에 담배회사 후원을 일체 금지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오는 9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담배광고의 전면 금지조치에 대해 흡연자를 포함한 약69%의 프랑스인들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랑스 전국에서 금연운동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지역은 동부의 브장송시.
브장송시는 후생과의 책임자인 이반 안리 박사를 중심으로 향후 5년내에 세계 최초의 금연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브장송시 당국은 대부분의 가게나 레스토랑 등에서 「금연」을 실시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시가 주최하는 모든 집회에서 금연을 의무화 하고 있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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