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에반스 "뛸 만하니까 끝이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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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가 끝나면 어떻게 됩니까?"

"계약대로 오늘이 마지막 경기다. 잘해줬다. 기회가 또 있을 것이다."

프로농구 LG의 센터 앤서니 에반스(사진)는 부상으로 쉬고 있는 라이언 페리맨의 대체 선수다. 지난 3일 삼성과의 경기는 에반스가 뛰기로 계약한 마지막 여섯번째 경기였다. 에반스는 그날 오전 구단 관계자를 찾았다. 그리고 뻔한 대답이 나올 뻔한 질문을 했다. 아쉬워서였다.

페리맨은 지난달 11일 SBS전에서 무릎을 다쳤다. LG는 두 시즌 연속 리바운드 1위를 차지했던 페리맨의 공백을 메워줄 선수가 필요했다. 트라이 아웃에서 본 선수 중 '파워 디펜스'가 가능한 선수들을 물색했다. 에반스는 그렇게 한국땅을 밟았다.

스포츠 에이전트 회사인 'EA스포츠' 소속인 에반스는 지난 시즌 도미니카 리그에서 활약했다. 2001~2002 시즌에는 미국프로농구(NBA)의 하부리그 중 하나인 ABA에서 뛰었다. 그 전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2부리그에서도 뛰었다. 올 시즌 에반스는 어느 곳에서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주급 3백달러를 받으며 미국대학스포츠연맹(NCAA) 소속 대학팀들의 스파링 파트너 역할을 했다.

그러다가 대체선수가 된 에반스는 LG와 월 1만달러에 계약했다. 하지만 기회는 2주뿐이었다. 에반스가 있는 동안 LG는 4승2패의 성적을 올렸다. 페리맨이 뛰었던 1라운드 성적이 4승5패인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좋아졌다. 1m97.8cm의 키에 1백20㎏의 육중한 체격으로 페리맨 못지않게 경기당 12.5개의 리바운드에 득점도 11.17점이나 올렸다. 경기력 외의 효과도 있었다. 페리맨이 에반스의 활약에 크게 자극받았다는 것이다.

에반스는 "부상이나 전력 문제로 외국인 선수 교체를 원하는 팀이 있다는 것을 안다. 최선을 다했다. 나에게 관심을 갖는 팀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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