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쟁력 약화(좁아지는 수출시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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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선진국시장 점유율 내리막길 계속/올 무역적자 1백19억불 사상최대
오는 30일 무역의 날은 국회처럼 파장 분위기를 맞게될 것이다. 88년 1백14억달러를 기록했던 무역수지흑자가 올해는 1백억달러 적자로 곤두박질쳤다. 정치도 난장판이고 경제도 난장판이 됐다는 자조마저 나오고 있다. 25일 현재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규모인 1백19억4천7백만달러(통관기준). 우리나라 성장의 견인차는 이미 기력을 잃은듯 하다.
해외시장은 좁아졌고 「이거다」하고 내놓을만한 매력적인 상품개발에도 실패했다. 경제를 밀어주어야할 정치는 싸움판으로 날이 지고 샌다. 수출경쟁력은 계속 하강곡선을 긋고있다.
내년에는 무역적자폭이 1백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무협)까지 나오고있다.
한국수출은 이제 어디로 가는가. 올해 8.9%성장이 추정된다지만 기본실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모래위의 성이 되기 쉽다.
수출쪽에 몰려야할 국내의 자원이 내수쪽에 집중되고 있고 제조업보다는 서비스·건설부문의 호황이 수입증대로 이어져왔다.
높은 임금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의 약화에다 기술개발·고부가가치제품개발을 소홀히한 결과 주요 선진국시장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미국시장에서의 한국상품점유율은 87년 4.19%에서 90년 3.73%로 떨어진 반면 태국은 같은 기간중 0.55%에서 1.07%,중국은 1.55%에서 3.07%로 올라섰다.
일본·영국·독일 등의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올들어 이같은 추세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의 수출가격경쟁력은 대만·싱가포르보다 떨어지면서도 제조업체의 연평균 임금은 이들 나라를 앞지르고 있다. 한국의 국민 1인당 GNP대비 월평균임금은 1백80%로 일본(1백26%),대만(1백28%)보다 훨씬 높은 상태다.
수출을 1백으로 잡을때 수출을 위한 부품등 중간재의 수입은 23.7%에 이르러 일본(5.6%)보다 4배나 높다. 특히 전기·전자·정밀기계등 첨단산업에서 이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전기·전자제품의 중간재수입 침투율은 57.4%에 달한다.
정부의 장·단기정책대응이 미흡했던 것도 국가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온 요인이다.
27일 산업연구원 주최로 열린 「국제수지개선대책정책토론회」에서 경희대 김광석 교수는 『85년 플라자합의이후 일본·서독은 환율조정을 통해 흑자누적에 따른 문제를 사전에 막으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한국은 정치적 요인 등으로 흑자누적을 유도했다』고 지적하고 『3저호황의 결과 합리화 대상산업이 되살아남으로써 구조조정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누적된 흑자를 기술개발에 활용하는 등의 흑자관리도 제대로 안된데다 작년이후 4년간의 반짝흑자가 끝나고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의 안이한 정부대응도 화를 불러왔다.
결국 어느 특정산업,특정부문에서의 경쟁력약화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구조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국가경쟁력」의 강화가 시급한 것이다.
더욱이 내년에는 돈값(금리),사람값(인건비)등이 모두 올라 올해보다 기업환경이 나아질 것이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성장활력을 북돋우는 노력이 긴요한데도 뚜렷한 방안이 나오지않고 있다. 게다가 총론에서는 위기극복에 공감하면서도 각론에 들어가면 이익 집단에 따라 목소리가 제각각이다.
최근 국회에서 법제정이 보류된 산업기술대학 설립문제도 「따로따로」의 한 사례다.
정치자금 등의 각종 준조세는 말할 것도 없고 관청의 허가과정이나 수출·수입서류에 따라붙는 「웃돈」등의 부대비용도 만만치않다. 이러한 것들도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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