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천 미끼로 회유, 금품 살포 얘기 들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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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요즘 대선과 당내 경선을 앞두고 일부에서 공천을 미끼로 사람들을 회유하고 조직을 만들고 사람을 동원하기 위해 금품을 살포하고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남지역을 방문 중인 그는 이날 오후 열린 마산 경남대 경영.산업대학원 최고 경영자과정 강연에서 "과거 우리 정치는 당내 보스 몇 명이 돈과 공천권을 가지고 의원들을 줄 세웠지만 저는 대표 취임 시 어떠한 계파도 파벌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었고 그 약속을 지켰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어떻게 이뤄낸 정당 개혁인데 다시 옛날의 구태로 돌아갈 수 있는가"라며 "한나라당이 이런 식의 구태정치로 돌아가는 것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발언은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박 전 대표는 최근에도 여러 번 이 전 시장을 비판하는 말을 했다. 경선 룰을 정하는 문제와 관련해 "구태 정당으로 돌아가려는 조짐이 있다"(12일 기자간담회), "사리를 앞세워 퇴행하면 망하는 길"(14일 진주)이라며 이 전 시장 측에 경고음을 보내 왔다. 하지만 이날 발언의 수위는 이전과 달랐다.

박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 전 시장 측이 출판기념회를 한다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버스를 동원하는가 하면 캠프의 모 중진 인사가 '공천을 주겠다'고 (의원들을 회유하고)다니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이런 구태정치의 행태를 차단하기 위해 박 전 대표가 경고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12일 오전 캠프 회의에서 공천 언급설, 금품 살포설 등과 관련한 이 전 시장 쪽의 움직임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보고를 들은 박 전 대표는 다소 격앙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 일각에선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박 전 대표 측이 검증 공세에 이어 또 다른 '이 전 시장 때리기'로 방향을 트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앞서 가는 후보의 발목을 뒤따르는 후보들이 잡는 것은 선거 때마다 재현되는 구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불교용어 중 '묵빈대처(默檳對處.죄를 범한 스님을 벌하기 위해 그와 상대도 하지 않는다는 뜻)'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며 "이 용어를 요즘 말로 풀면 네거티브를 자꾸 하는 사람에게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두언 의원도 "평소 박 전 대표답지 않은 모습"이라며 "박 대표를 사랑하는 국민과 당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용호.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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