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트트릭 … '반지의 제왕'을 영접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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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안정환의 멋진 슈팅 폼. 대전과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안정환이 강한 슛으로 첫 골을 넣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반지의 제왕'이 화려하게 귀환했다. 왕의 심장에 블루윙즈의 푸른 피가 돌기 시작했다. 안정환(31.수원 삼성)이 K-리그 복귀 3경기 만에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본격적인 골 레이스를 시작했다. 지난 시즌 빈공에 시달렸던 수원의 공격력에도 불이 붙기 시작했다. 수원은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대전 시티즌과의 삼성하우젠컵 개막전에서 4-0으로 크게 이겼다.

지난 두 경기에서 70분을 뛰면서 골은커녕 슈팅 한 번 하지 못한 안정환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 데다 포지션도 자신이 좋아하는 '처진 스트라이커'였다. 몸놀림도 가벼웠다. 전성기 때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전반 18분 안정환의 첫 골이 터졌다. 곽희주가 대전 수비진의 뒷공간으로 긴 패스를 날렸다. 오프사이드 함정을 피해 날쌔게 달려온 안정환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강슛을 날렸다. 볼은 골키퍼와 오른쪽 골대 사이를 파고들었다. 2000년 7월 5일(부천 SK전) 이후 6년8개월 만에 안정환이 K-리그에서 넣은 골이었다.

전반 38분 안정환의 두 번째 골은 그가 왜 최고의 공격수인지를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볼을 잡은 안정환은 유연한 드리블로 아크 중앙까지 진출했다. 볼을 이관우에게 넘겨준 그는 지체 없이 골 지역을 향해 달려 들어갔다. 이관우의 패스는 오른쪽 골라인 쪽으로 흘렀다. 슈팅이 어려울 것 같은 사각이었지만 안정환은 터닝 발리슛을 날렸고, 빨랫줄처럼 날아간 볼은 골키퍼 최은성의 옆구리를 지나 반대편 골네트를 흔들었다. 그는 이날 드리블, 패스, 패스한 뒤의 움직임, 마무리 슈팅까지 '공격수의 정석'을 그대로 보여 줬다. 수원은 에두의 헤딩골로 3-0을 만든 뒤에야 전반을 끝냈다.

후반 36분 안정환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아크 정면에서 나드손에게 살짝 패스한 뒤 또다시 오른쪽으로 뛰었다. 나드손이 찔러준 공을 지체 없이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고 공은 왼쪽 골대를 맞고 그물에 안착했다.

안정환은 "1999년(당시도 대전전) 이후 K-리그 두 번째 해트트릭이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데 오늘 경기가 100% 몸 상태로 좀 더 빨리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대전을 2-1로 이겨 '대전 징크스'에서 벗어난 수원은 이번에는 4점 차 대승으로 2연승을 거뒀다. FC 서울은 광주 상무와의 원정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두며 귀네슈 감독 부임 이후 3연승을 달렸다. 인천도 대구와 난타전 끝에 4-3으로 이겨 대구를 상대로 2연승을 수확했다.

수원=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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