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2400만 달러 중 얼마나 풀릴까 '해제 폭'이 북 태도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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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설립된 마카오의 소규모 은행 방코델타아시아. 지난 20년간 북한 지도부의 돈줄 역할을 해 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마카오=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2.13 북핵 합의 한 달을 맞아 북한의 달러 위조 등 불법활동을 도운 혐의를 받아 온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조사 결과를 금명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베이징(北京)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30일 이내(3월 15일까지)에 BDA 문제를 해결한다"고 약속했었다.

문제의 핵심은 '해결'의 내용이다. 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 2400만 달러가 모두 풀리느냐, 아니면 일부만 해제되느냐에 따라 2.13 합의 이행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BDA '돈세탁 우려 기관' 지정할 듯=부시 행정부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돈세탁 우려 대상기관'으로 지목해 온 BDA를 '돈세탁 대상기관'으로 공식 지정할 것이라고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밝혔다.

이는 BDA에 동결된 자금에 북한의 불법활동과 연계된 돈이 분명히 들어 있음을 확인했다는 얘기다.

한 외교소식통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가 1월 말 열린 북.미 금융회담에서 30만 쪽에 이르는 BDA 관련 자료를 제시한 것은 조사 결과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BDA에 대한 조치가 정당했음을 강조하는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전면 해제하라' 압박=북한 김계관 부상은 10일 "미국이 다 풀겠다고 약속을 했다"며 "다 풀지 못한다면 우리는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액이 해제되지 않으면 2.13 합의를 전면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미국의 발표에 이어 마카오 당국이 취할 BDA에 대한 조치가 미흡하다고 생각될 경우 북한 당국은 사태를 경색 쪽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북한이 2.13 합의에 따라 60일(4월 14일) 이내에 해야 할 영변 핵시설 불능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북한은 영변 핵시설 '부분 폐쇄' 또는 'IAEA 사찰단 일시 방문' 같은 특유의 '살라미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그래서 마카오 당국과 마카오를 통제하는 중국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미국과 북한을 함께 만족시키는 해법을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미를 상대로 물밑 설득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살라미 전술(Salami tactics)=이탈리아산 살라미 소시지를 아주 얇게 써는 것에서 나온 말. 협상 테이블에서 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을 때 문제를 세분해 이슈화함으로써 차례로 대가를 얻어내는 전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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