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사포 美 미래연구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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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이제 혁신가가 돼야 합니다."

4~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디자인 코리아 2003'국제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폴 사포(48)미국 미래연구소장은 산업디자인의 한 차원 높은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디자인-미래를 위한 성장동력'을 주제로 4, 5일 이틀간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 심포지엄에 첫번째 발표자로 나서 이런 화두를 상세히 풀어나갈 예정이다.

사포 소장은 "디자이너는 제품 설계의 보조가 아니라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의 모양.색상은 물론 기능까지도 디자인의 영역이 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의 무게중심이 정보기술(IT)에서 생물학 쪽으로 옮겨가는 과정의 미세한 변화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것도 디자이너가 맡아야 할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디자이너의 역할 덕에 생물학을 응용한 IT 제품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예컨대 계란 모양의 잠수함이 나타난다는 것. 잘 깨지지 않고 보온력이 뛰어난 계란의 구조가 제품에 대거 활용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피부 감촉과 비슷한 재질의 제품도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실패학'의 신봉자이기도 했다. 혁신의 뒤에는 실패가 숨어 있다는 게 지론이다. 월드와이드웹(WWW)처럼 삶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근사한 아이디어는 태생 후 폭발적 성공을 거두기까지 20년 이상 걸렸으며 그 과정에는 무수한 실패가 있었다는 것이다.

"혁신은 거듭된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몽상가나 괴짜를 먹여살리는 복지국가에서 쓸 만한 혁신이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특히 창의력이 중요한 디자이너 세계에서는 혁신가 기질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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