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중국, 철저한 '실용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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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부 아니면 전무'.

과거 중.미 간 외교 방식이다. 외교가 얼어붙으면 경제와 민간 교류 등이 동시에 중단됐다. 몇 년 전까지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현상은 일정 부분 존재했다. 그러나 이젠 옛말이다. 외교와 경제.문화가 제각기 작동한다. 철저한 실용주의다. 갈등과 협력은 별개라는 자세다.

◆짚을 건 짚는다=6일 중국 정가의 분위기는 흉흉했다. 미국 국무부가 이날 발표한 '2006년 국가별 인권보고' 때문이다. 8일 중국 국무원은 기다렸다는 듯 '2006년 미국 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2000년 이후 여덟 번째다. 올해 보고서는 어느 해보다 더 신랄했다. 1만5000자 분량의 이번 보고서는 ▶생명.재산.인신 안전▶사법상의 권리침해▶공민과 정치권리▶경제.사회.문화적 권리▶종족 차별▶부녀자.아동.노인 및 장애인의 권리 등 7개 부문으로 나눠 서술했다.

보고서는 우선 "미국은 마치 모든 국가 위에 서 있는 양 190여 개 국가의 인권을 멋대로 평가했다"며 "실제 미국 자신의 인권상황은 더 열악한데도 남에 대해 근거 없는 험담과 비판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보고서는 이어 "9.11 사건 이후 미국의 인권은 이전보다 훨씬 더 급격하게 악화하는 추세"라며 "마땅히 보호돼야 할 미국인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가 상당 부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래도 협력은 진행된다=8일 중국 상하이(上海) 선물교역소 개소식에 뜻밖의 귀빈이 나타났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다. 치사에 나선 저우 행장은 "'백악관 내 중국 전문가' 폴슨 장관이 개소식에 참석해준 것을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을 맺었다.

곧이어 폴슨 장관은 "지난 5년간 전 세계가 이뤄낸 경제성장의 50%는 중.미 두 나라가 일궈낸 성과"라고 평가하고 "양국의 무역은 미래의 세계 경제에도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9월 가동되기 시작한 양측의 경제전략대화는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나의 이번 방중은 물론 앞으로 이뤄질 양국 경제관리 간의 교류도 이 틀 안에서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계의 한 인사는 "중.미 간 경제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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