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0개월 만에 청와대에 돌아오는 문재인 비서실장 내정자의 전화 목소리는 낮고 차분한 바리톤 음색이었다.
"여보세요"나 "누구세요" 대신 자기 이름을 바로 대는 건 문 내정자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통화 스타일이다.
건강이 어떠냐고 묻자 "괜찮다. 좋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를 떠나기 전 격무와 스트레스로 치아를 11개나 뺐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다시 돌아오게 된 소감을 묻자 "정식 임명장을 받은 뒤에 인사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고생할 각오가 돼 있다"고만 했다.
민정수석(2003년 2월~2004년 2월)→시민사회수석(2004년 5월~2005년 1월)→민정수석(2005년 1월~2006년 5월)→비서실장(2007년 3월~).
청와대를 떠났다가 돌아오기를 세 차례. 문 내정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운명이다.
문 내정자는 노 대통령의 마음을 잘 읽고 신임이 두터워 과거 청와대 근무 때 '왕수석'으로 불렸다. 1982년 노 대통령과 변호사 동업을 한 게 계기가 돼 25년째 인연을 맺어 왔다. 이호철 국정상황실장과 함께 이른바 '부산파' 실세이고, 안희정씨를 포함한 386 참모들도 그의 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집권층 내부에서 그의 업무 처리 방식은 강직하고 원칙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문씨의 실장 내정에 청와대 비서진과 참모들이 긴장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문 내정자는 사소한 문제도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며 "임기 말 노 대통령의 권력 관리를 담당할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선 최적임자"라고 했다.
정치권의 다른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문 내정자에게 집권세력 내 갈등을 조정하고, 대선 주자 줄서기 같은 행정부 내 일탈 현상을 다잡아 줄 것을 바라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변호사인 데다 정치권 사정과 공직 기강 업무를 맡았던 민정수석의 경험도 있어 임기 말 권력 누수를 적절하게 차단해 줄 것이란 기대도 따른다.
하지만 수석 시절 여당 쪽 민원과 청탁을 잘 들어주지 않아 열린우리당 의원들로부터 원성을 듣곤 했다.
당과의 악연 때문이었을까.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8월 노 대통령이 문 내정자를 법무부 장관에 앉히려 했을 때 끝까지 반대해 관철시키기도 했다. 그는 청와대 밖에 있을 때 "참여정부는 부산 정권이다. 부산 사람들이 도와줘야 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재인은=경남 거제(54) ▶경남고.경희대 법대 ▶사법고시 22회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부산본부 상임집행위원 ▶민변 부산.경남 대표 ▶노무현 대선 후보 부산선대위원장 ▶청와대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정무특보
박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