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 맞아 나토전략 수정/7∼8일 로마정상회담 전망(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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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병력줄이고 기동성 강화/NACC창설 공식결정 전망
동서냉전질서가 붕괴되고 평화공존의 새로운 질서가 정착돼 가면서 그간 서방세계 힘의 근간으로 냉전체제를 지탱해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상황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냉전붕괴로 바르샤바조약기구가 해체됨으로써 구체적인 적이 없어진 나토가 계속 존속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책이나 전략을 대폭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오는 7∼8일 이틀간 로마에서 개최되는 나토 16개국 정상회담은 이같은 시대적 요청에 부응,42년 나토역사에 한획을 긋고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3일 조지 부시 미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이번 회담에서 「경천동지」할 결정이나 선언이 채택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나토는 최근 1∼2년새 소련 및 동유럽의 대변혁에 따른 상황변화에 대비를 해 왔으며 이번 회의는 이런 준비들을 결산하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8월 소련보수파의 쿠데타기도와 지난번 걸프전 등으로 나토가 계속 존속해야하는 이유가 상존하고 있다는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존재이유는 과거 냉전시대의 나토존재이유와는 크게 성격이 다른 것이어서 나토의 전략은 근본적인 수정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이같은 전략수정을 공식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전략의 구체적 내용은 그간 부분적으로 밝혀진대로 95년까지 나토지상군 병력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신속대응군(RRF)을 중심으로 기동성을 늘리고,군의 편제를 다국적군 중심으로 바꾸는 것 등이다.
이와 관련,나토군부사령관 디터 클라우스 대장은 최근 한 강연회에서 『2개의 영국군사단,미국·독일·이탈리아군 각 1개사단 및 영국·독일·벨기에·네덜란드부대로 구성된 1개사단 등으로 신속대응군을 창설할 예정이며 그간의 기본전략이던 유연대응방식과 전진방어개념은 이제 폐기할 단계』라고 밝힌바 있다.
이와 함께 이번 회담에서는 나토 16개국과 구바르샤바조약국 9개국이 참여하는 북대서양협력회의(NACC)의 창설이 공식 결정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7월 런던 나토정상회담에서 소련 및 동유럽국가에 문서를 개방키로 결정한 것을 구체화시키는 조치로 간주된다.
미국과 독일이 제안한 이 NACC안에 대해 프랑스는 그간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와 중복된다는 표면상의 이유와 지정학적으로 독일에 가까운 이들이 독일의 영향권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진짜이유로 이를 반대해 왔다.
그러나 프랑스는 최근 이번 정상회담에서 회원국들이 유럽방위문제를 프랑스등 소수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반대를 철회,이안은 그대로 성사될 것이 확실시 된다.
나토와 구바르샤바조약국 외무장관이나 대사 등으로 구성되는 이 NACC는 빠르면 12월초 브뤼셀에서 첫 회의를 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나토 가입을 희망하는 체코·폴란드·헝가리의 입장은 소련보수파를 자극할 가능성을 고려,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밖에 나토에 현안으로 걸려 있는 제반문제들에 관해서는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결론이 도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나토가 안고 있는 현안은 지난달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발표한 독·불 합동군창설 및 서유럽동맹(WEU)강화방안과 나토의 관계,유럽공동체(EC) 및 CSCE와 나토의 관계등 주로 미국의 유럽에서의 역할 등에 관련된 문제들이다.
이들 문제들에 대해선 최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독자방위체구축 지지세력들과 기존 나토체제 고수세력들간의 견해차가 상당히 큰 폭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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