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군내 대화 설문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군조직의 특성인 경직성으로 인해 상급자와 하급간의 「상의하달」식 일방적인 대화는 이루어지는 반면 「하의상달」식 대화경로는 때때로 차단되거나 무시됨으로써 군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커다란 저해 요인이 되고있다는 의견이 군내부에서 나왔다.
육군본부는 29일 최근 전·후방에 근무중인 하사관이하 육군사병 1천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육군교양잡지인 『육군』10월호에 게재, 이같이 밝히고 군조직에 있어서 상·하간의 대화는 사기를 높이는 차원뿐 아니라 정책결정을 포함한 모든 의사결정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화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마련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화시 상급자의 권위나 감정을 의식하는 문제와 관련, 「상대방의 주장이 불합리하다고 생각될 경우반론이나 의견제시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67.1%가 『반론이나 의견제시를 회피한다』고 응답했으며, 「각종 보고나 대화시 상급자의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대답을 할 때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83.5%가 『상급자의 감정을 의식한다』고 답했다.
특히 이 가운데 67%가 『감정을 상하게 하는 대화나 보고는 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나 상급자의 권위와 감정의식이 건전한 커뮤니케이션을 저해하는 중대한 요인인 것으로 지적됐다.
대화상대를 선택하는 점에서도 응답사병중 33.1%는 『상대방이 먼저 호의를 표시해야 이야기를 나눈다』는 식의 소극적인 성격을 보였고 65.7%는 권위주의적이거나 독단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과는 대화를 피한다고 응답, 대화에 앞서 상대방의 성격을 크게 의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18.8%는 다투었거나 싸운 사람과는 화해하기 어려운 성격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같은 현상은 특히 단기하사나 고학력자·행정병·고아와 독자일 경우 더욱 두드러졌다.
군관계자는 이번 조사와 관련, 『군조직은 철저한 계급사회로 하급자는 상급자의 통제와 감독을 받아야 하고 나아가 일상의 모든 생활에서 상급자(상관)의 권위나 감정을 의식해야 하는 등 대화의 장애요인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각급 지휘관들은 일부 초급간부와 거의 모든 병사들이 넓은 의미에서의 청소년기에 해당되는 점을 감안, ▲청소년의 특징 ▲현대사회의 청소년의 성장환경 및 사회적 배경 ▲청소년의 의식구조와 가치관 ▲비행성향 등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군조직내의 원활한 대화통로를 유지한다는 것은 병영생활의 기본일 뿐 아니라 전투력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무형전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전제, 『따라서 상관은 진실과 성실을 바탕으로 언제 어느 때라도 부하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하관계가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