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한 개미 군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올 한 해 우리 증시를 장밋빛으로 보고 있는 때문일까. 아니면 반등을 노린 단기투자 움직임일까. 세계증시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국내 개인투자자들만이 6일 연속 '사자!'를 외치고 있다. 증시가 크게 떨어질 때가 오히려 주식을 싼값에 살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엔 캐리 자금 청산 우려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

◆개인들, "쌀 때 사자" =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지난달 26일 시작됐다. 특히 중국 상하이(上海) 증시가 8% 이상 폭락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거래소에서 4739억원을 순매수했다. 7000억원 넘게(7044억원) 순매수한 2005년 10월13일 이후 16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이다. 개인은 이달 5, 6일에도 각각 2093억원, 890억원으로 매수세를 이어갔다.

반면 외국인은 지난달 28일 3109억원을 매도한 이후 매일 2000억원 안팎으로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주로 전기.전자주다. 기관은 개인의 매수세가 시작된 지난달 26일을 시작으로 매일 1000억~2000억원대의 매도세를 이어가다 6일에서야 977억원 매수세로 개인들의 '사자'세에 동참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잠실롯데캐슬지점의 장무일 차장은 "고객들이 '쌀 때 사두자'며 전기.전자주를 중심으로 연일 사들이고 있다"며 " 증시가 상반기 조정을 거친 뒤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최근 외국인의 매도세는 세계증시의 큰 흐름을 따르는 투자성향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관의 경우 옵션 만기일을 앞둔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진 것이 주원인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이윤학 연구위원은 "개인들은 큰 흐름보다는 단기투자 성향이 강해 급락기에 많이 사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엇갈리는 엔 캐리 영향력 =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철수가 우리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대한투자증권 김영익 부사장은 "본격적인 엔 캐리 자금 철수는 오는 5월쯤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근거는 세계 경제의 엔진격인 미국 경기의 불안이다. 우선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나빠 미국 통화당국이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달러는 약세로 돌아서도 이는 엔화 환율의 상대적인 강세를 불러와 엔 캐리 철수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부사장은 "엔 캐리 자금이 본격적으로 위축될 경우 한국 코스피 지수도 1300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도 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실질적인 종말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호조를 보이는 일본 경제가 더 좋아질 경우 일본 은행이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엔캐리 자금 철수 우려가 너무 과장됐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이 총 17차례 금리를 올릴 때 높은 금리를 좇아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철수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대부분 근거 없는 소문으로 그쳤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조재훈 부장은 "아직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크기 때문에 엔 캐리 자금이 일부 청산된다 하더라도 선별적일 것"이라며 "엔화의 움직임이나 금리 등의 진행속도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