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급 판정을 받고보니…(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시일야 방성대곡.』
『겨울이면 찬물도 안나오는 공대,돼지우리를 방불케하는 실험실….』
『학교행정은 F급인데 교육부의 C등급 판정은 그나마 다행.』
『중앙대를 강타한 C급 태풍.』
25일 중앙대 정문앞.
교육부가 22일 발표한 92학년도 대학정원 조정안에 대해 각양각색의 대자보가 나붙어 눈길을 끌었다.
평소 대자보에 관심도 없었던 학생들의 시선까지 집중된데는 수도권 이공계대학 등급분류에서 중앙대가 C급 판정을 받았기 때문.
『공부하려는 의욕도 애교심도 모두 사라져 버렸어요. 그러나 이 일을 반성의 기회로 삼아 재단·학교는 시설투자·교수확보 등에 과감히 나서야합니다.』
대자보를 힘없이 읽어내려가던 김남형군(25·전기공학3)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학생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분노에서 허탈·자탄으로 이어졌다.
『도대체 어찌된겁니까. 어쩌다가 학교가 이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까.』
총장실,각 처장실에도 교육부의 발표 이후 동문들의 항의섞인 우려전화가 빗발쳤다.
회오리는 학생·동문들의 학교측에 대한 불만에 그치지 않았다.
교수들은 『하루아침에 「C급대학·C급교수」가 됐다』며 『제자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탄식했다.
『교육부의 등급발표가 장기적으로 대학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인정합니다. 그러나 교육부가 재정난에 허덕여온 사학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런 준비·설명 없이 등급만 매긴다고 첨단분야 인재가 육성되는 겁니까.』
성환갑 교무처장은 괴로운 표정으로 어둠이 내린 캠퍼스를 빠져나갔다.
사학이 가지고 있는 교육부에 대한 불만,학생들의 상대적인 교육기회 박탈감이 뒤섞여 이번 사태에 미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신성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