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한 가치를 갖는 일을 하면 동일노동"|여성단체협 「동일노동·동일임금」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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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는 24일 열릴 예정인 국민은행 이선자씨의 제5차 공판을 앞두고, 남녀고용평등법의 동일노동·동일임금 조항에 대한 법조계의 해석과 구체적인 적용에 여성계의 비상한 관심이 쓸리고 있다.
즈음하여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경오)는 22일 오후2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실에서 「동일노동·동일임금의 내용과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동일노동」에 대한 명확한 개념규정과 합리적인 기준마련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한국노사 발전연구원의 이광택 박사는 『동일노동이란 반드시 동일한 종류의 노동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동등한 가치를 갖는 노동을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현행 우리 법은 남녀 동일임금 원칙의 적용범위를 하나의 사업장에 한정해 두고 있어 성별에 따른 직종윤리가 뚜렷한 우리현실에 비춰볼 때 적용될 여지가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미 일등 선진국의 입법사례 분석을 통해 동등노동의 4대 법적 요건으로 ▲숙련 ▲노력 ▲책임 ▲직업조건 등을 제시하고 각각의 요건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조건이 제시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또 동노·동임의 관철이전에 여성을 주로 임시직이나 파트타임 등으로 채용하는 고용상의 불안정이 남녀임금차별의 보다 근원적인 원인이 된다며 회사의 안정된 고용정책과 합리적인 직무평가제도 도입, 수당이나 보조금 등의 차별 등이 아울러 개선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여성개발원의 김엘림 책임연구원은 『이 박사가 제시한 네 가지 요건 외에도 프랑스 법이 작업상의 지식·직무경험을 통해 획득된 능력, 육체적·정신적인 부담 등이 유사할 경우도 동일노동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토론자 이경자 국장(금융노련여성국)은 『현행법은 논쟁의 소지가 있게끔 정부당국에서 교묘하게 법제화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며 무엇이 동일가치 노동인가를 법에서 명확히 정의를 내리지 않아 동일임금 문제해결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문경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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