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자력 기술도 미·중·일 샌드위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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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원전 설비업체인 미국의 웨스팅하우스(WH)가 중국에 최첨단 원자력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다. 미국 핵 관리위원회도 인정한 차세대 원전 기술이다.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보다 중국 원전 시장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WH는 지난해 1월 소유권이 일본 도시바로 넘어갔다.

따라서 이번 계약은 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원전 시장에 함께 나섰다는 의미다. 그동안 중국 원전 시장을 노려온 한국의 입지는 좁아지게 됐다.

◆"원전 기술 100% 이전"=신화통신은 "중국국가원전기술공사와 WH가 1일 베이징에서 '원전 기술 이전 가(假)계약'을 했다고 보도했다. 본계약은 5월 말 이전 체결될 예정이다. 가계약에 따르면 WH는 저장(浙江)성 싼먼(三門)과 산둥(山東)성 하이양(海陽)에 각각 600만㎾ 규모의 AP-1000 원자로를 건설해 주기로 했다. 시공을 맡는 대가로 WH는 이 원자로의 첨단 기술을 모두 중국 측에 넘겨주기로 했다.

하이양 원전에는 2010년까지 80억 달러(약 7조300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싼먼 발전소는 비슷한 금액을 투자해 2013년 완공할 계획이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싼먼 원전 건설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언급된 발전 용량은 420만㎾였으나 이번에 600만㎾로 크게 늘어났다.

◆중국 시장 놓고 경쟁 치열=WH가 '100% 기술 이전'을 내걸고 이번 계약을 성사시킨 것은 중국 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속적인 성장과 고질적인 전력난 해결을 위해 2020년까지 3000만㎾ 규모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최소한 30기의 새 원자로를 짓겠다는 것이다. 공사 금액으로 치면 400억 달러에 달한다.

현재 중국에는 11기의 원자로가 있으나 가동 형식이 서로 다르고 시설이 낡은 상태다. 이에 따라 2004년 9월부터 한국을 비롯한 미국.일본.프랑스.러시아 등 10여 개 업체가 중국 진출을 겨냥해 왔다. 특히 프랑스의 아레바는 싼먼과 하이양 원전 수주를 놓고 최근까지 WH와 경합했다. 아레바가 패한 것은 100% 기술 이전은 곤란하다고 버텼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P-1000 원자로=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한 100만㎾급 최첨단 가압 경수로다. 안전성이 뛰어나고 설비구조를 대폭 간소화해 경제성이 가장 높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가압 경수로는 원자로를 냉각시킬 때 비싼 중수가 아닌 보통 물을 사용한다. 우리나라도 이걸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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