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합 시발점 '로마 조약' 체결 5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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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럽 각국이 통합을 위해 손을 잡은 지 올해로 50년. 1957년 프랑스.독일 등 6개국이 공동 시장의 필요성에 따라 로마 조약을 체결하고 유럽경제공동체(EEC)를 발족하면서다. 유럽연합(EU)의 전신인 EEC는 그 뒤 유럽공동체(EC)를 거쳐 93년 EU로 거듭나며 질적.양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1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새 식구로 들어오면서 회원국은 27개국이 됐다. 반세기를 맞은 유럽통합의 과제를 짚어본다.

◆'경기 회복 파란불' '경제 격차 빨간불'=회원국들의 경제불안은 통합 거부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회원국들의 경기 회복은 고무적인 소식이다.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휘청거리던 유로존(EU 가입국 중 유로를 도입한 13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7%로 2005년(1.3%)보다 크게 높아졌다. EU 전체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9%로 2005년보다 1.7%포인트나 올랐다. 독일이 2.7%,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2.0%를 기록했다.

문제는 가입국 간 경제 격차가 새롭게 대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가입국인 불가리아의 국내총생산(GDP)은 266억 달러로 가장 많은 독일(2조2247억 달러)의 1.2%에 불과하다. 서유럽 국가는 신규 가입국 지원이라는 부담이, 동유럽 국가는 무력감이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유로존 확대도 불투명하다. 헝가리.폴란드.체코 등 동유럽 빅3 국가들조차 물가 상승 우려 때문에 유로화 도입을 2010년 이후로 미뤘을 정도다.

◆각국 국민 설득이 선행돼야=자크 들로르 전 EU 집행위원장은 EU를 '미확인 정치물체(Unidentified Political Object)'라고 규정했다. EU의 정체성이 다소 모호한 데다 서로 다른 배경과 제도를 가진 회원국들을 묶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적인 예가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EU 헌법안이 부결된 것이다. 그 뒤로 각국은 논의 자체를 유보하고 있다. 헌법안 부결은 주민들의 불안심리와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각국 정부가 자국민을 달래고 안심시키는 절차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월부터 EU 이사회 의장을 맡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기대가 집중된다. 메르켈 총리는 의장 취임 직후 "헌법안 부결은 곧 EU의 실패를 의미한다"며 "2009년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헌법안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27개 EU 회원국 수반은 이달 25일 베를린에서 만나 로마 조약 체결 50주년 기념식을 연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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