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남편 덕분에 신혼기분 냈다|선원가족 동승제 첫「수혜자」 기관장 채원호 부부, 조리수 박상휴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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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부산=강진권 기자】『결혼 10여년만에 동남아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지난 3일 수출품을 싣고 인천항을 떠나 홍콩·대만을 거쳐 12일 오전 2시 부산항에 입항한 한진해운(대표 이근수) 소속 컨테이너선 한진충무호(2만7천50t)에 동승했던 기관장 채원호(35)·한이숙(34·부산시 개금2동 벽산아파트 102동1302호)씨 부부와 조리수 박상휴(36)·나길회(32·부산시 서대신동3가9) 씨 부부는 동선소감을 이같이 밝히며 환히 웃었다.
한진해운이「외항선에 여자는 금물」이라는 금기를 깨고 국내 해운회사로서는 유일하게 실시하고있는 선원가족동승제의 첫 수혜자인 이들 부부는 『함께 보낸 10일간이 결혼생활 중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아내는 남편이 망망대해의 거친 파도와 싸우며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남편은 보다 마음 편하게 선원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소득이라고 했다.
한·나씨는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주방 일을 돕고 낮엔 선장 구종현씨(34)의 안내로 조타실·기관실 등 선박 구석구석을 견학했다.
침대·욕실·휴게실까지 마련돼 있어 부산으로 귀항할 때 높은 파도에 약간의 멀미를 한 것 외에는 불편 없이 지냈다는 한·나씨는 『홍콩 항에 정박 중이던 7일 남편과 함께 홍콩시내를 구경하면서 난생처음 외국에서 데이트를 즐기느라 아이들에게 전화하는 것도 잊어버렸다』며 또 한번 활짝 웃었다.
공교롭게도 한·나씨의 생일이 같은 10월 6일인 사실을 안 선장 구씨가 홍콩입항 일정을 고려, 5일 밤 선내 휴게실에서 이들의 생일파티를 마련, 선원들이 샴페인을 터뜨리고 남편들이 준비한 케이크를 먹으면서 선원 20여명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등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가족동승이 자칫 다른 선원의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는 선장 구씨는 『선상 생일파티이후 동승가족들이 선원들과 친하게 지내는 등 모든 선원들의 선상생활이 활기가 넘쳐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면서 다음기회엔 자신의 부인도 동승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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