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거부에 국감거부 맞불/민주의총 “강공” 결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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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서­6공」 비리로 묶어 총선연계 전략/정부측 수감태도 “오만­불성실”도 원인/여도 강경대응… 국회 전면거부까진 안갈듯
민주당이 28일 정태수 전한보회장의 증인채택을 문제삼아 재무위 국감 거부에 이어 30일 의원총회에서 이날 국감일정의 전면 거부를 결정,잔여 국감은 물론 13대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진통을 시작하고 있다.
민자당은 민주당의 이런 강경자세를 「강야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한 정략적인 수단」 정도로 간주,맞대응 자세를 굳히고 있어 여야의 대치국면은 의외로 빡빡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자당측은 국감거부의 명분으로 ▲국감기간중 40명의 증인채택요구를 민주당측이 표대결 등의 방법으로 모두 거부하는 등 국감기능을 의도적으로 방해했고 ▲국감기간중 정부측이 오만한 답변태도와 무성의로 국회를 무시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민주당이 특히 정태수씨의 증인채택에 유일 목표를 설정한 것은 수서비리를 6공비리로 연계해 다음 총선에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여측이 재판에 계류중이라는 이유로 정씨의 증인 채택에 반대할 것이 뻔하므로 이를 몰고나가 청와대비호 은폐설로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의 발언과 회의내용을 보면 국감거부라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발언 수위를 높여왔음도 쉽게 알 수 있다.
이질적인 두 야당이 정기국회 개회에 맞춰 통합되면서 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융합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당과의 맞대결이라는 외부의 「적」을 필요로 했다는 얘기다.
다만 민주당측이 국감 초반에 강공을 취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데는 유엔가입에 따른 국민정서의 흐름과 김대중 공동대표의 외유일정을 고려한 탓이었다.
민주당이 28일 당지도부까지 가세해 재무위를 집중공략,정태수씨의 증인출석문제를 부각시킨 것은 유엔가입의 들뜬 분위기가 진정되고 있고 김대표의 순방일정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시기판단을 한듯하다.
더구나 김대표가 방소기간중 고르바초프 소대통령과 옐친 러시아공대통령을 만나지 못했고 폴란드에서 바웬사 대통령의 면담이 불발로 끝난 것도 정부측의 방해는 없었다하더라도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 민주당내에 널리 퍼져있다.
따라서 그동안 민주계출신 김정길 총무의 강경입장에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던 신민계출신 의원들도 대여강공에 동조하게 됐다.
김원기 사무총장과 이협 의원 등 김대중 대표의 측근들이 28일 재무위에 모습을 나타낸 것도 김대표의 불편한 심기를 읽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여야대결로 위상강화를 노리는 김정길 총무와 김대중 대표에 대한 정부·여당의 소홀한 대접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신민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국정감사를 끝까지 거부하고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까지 포기하면서 강경일변도로 밀어붙일 것이라는데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국감 잔여일정을 모두 거부하더라도 민자당측이 정씨의 출석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며,이 경우 정기국회 전체를 파행으로 끌고가기에는 야당측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야당측은 지나친 강공이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지난 광역의회선거에서 경험한바 있고 14대총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통합야당으로서 국정감사에서 거대여당에 무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중압감과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국감의 책임을 정부·여당측에 떠넘기기 위한 수순으로 국감거부를 강행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정씨의 증인 또는 참고인 출석에 초점을 맞춘 것은 수서비리와 한보특혜를 「6공비리」로 연결시켜 14대총선에서 대여공격용으로 사용하겠다는 속셈이며,또한 선거법과 선거자금법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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