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신청 42년8개월만에 승인/한국 유엔가입행사 진기록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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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은 우리나라보다 한달 늦게 신청/대통령연설 자국인 방청객수도 최고
한국의 유엔가입과 이를 기념하는 뉴욕경축행사가 25일밤(한국시간 26일 아침) 카네기홀의 전통예술공연을 마지막으로 성황리에 끝났다.
한국의 유엔가입 경축행사는 그 규모나 내용에서 유엔대표부등 현지주재 한국정부기관들이 행사가 끝난후 허탈감을 느낄 정도로 성대한 것이었다. 이 행사는 사치스럽고 낭비적이었다는 비판도 있으나 유엔과 그 회원국들에 우리의 유엔가입 의미를 인식시키고 감동시키는 등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이번 행사는 또 유엔역사에 기록으로 남을 여러 진귀한 기록들도 함께 남겼다.
○…한국의 유엔가입은 첫가입신청을 한지 42년8개월만에 회원국으로 승인됨으로써 유엔사상 가장 기간이 오래 소요된 지각가입이 됐다.
한국은 48년 1월 첫가입신청을 냈으나 소련과 중국 등의 거부권행사로 계속 가입이 저지되다 가입신청 아홉번만에 회원국이 되었다.
이는 영토와 국민,그리고 주권이 있는 나라면 신청즉시 필요한 절차를 거쳐 지체없이 회원가입을 승인해온 유엔관례로 볼때 회원가입에 가장 긴 시간이 걸린 것으로 기록된다.
북한은 한국보다 한달 늦은 49년 2월 첫 가입신청후 42년7개월만에 회원국이 되었다.
남북한의 유엔가입에 걸렸던 이같은 시간은 한국전 정전회담이 38년이나 계속,매년 사상 최장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은 또다른 기록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유엔가입 기념품 증정은 유엔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이루어졌다.
한국은 노태우 대통령이 25일 페레스 데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에게 『월인천강지곡』영인판을 전달함으로써 유엔가입 8일만에 기념품을 기증한 나라가 되었다.
지금까지 최단기록은 서독과 합의해 동시 가입한 동독이 2년후 동상 『일어나는 사람』을 기증한 것이었다.
유엔창설 멤버인 네덜란드는 50년만에야 유엔에 기념품을 기증했다.
○…유엔가입 경축대표단 규모는 유엔사상 전례없을 정도의 대규모였다. 이번 유엔총회와 가입경축행사를 위해 한국에서 뉴욕으로 간 인원은 공식적으로만 5백8명으로 파악되고 여기에 이들을 동행한 부인·비서들,그리고 경제계 인사등 나중에 개인적으로 합류한 수까지 합치면 근 6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엔 하루 경축공연을 위해 뉴욕까지 간 1백50명의 예술단원들과 김대중 공동대표를 수행한 민주당인사들도 포함된다.
이들 가운데 2백여명은 대통령 숙소인 플라자호텔에 투숙했고 나머지 인사들도 바로 옆 파크레인등 고급호텔에 들었다.
이같은 대규모 인원을 유엔대표부나 총영사관등 정부기관 요원만으론 안내 및 접대를 할 수 없어 정부유관 기관은 물론 뉴욕에 진출한 한국지상사와 금융기관,심지어 직원이 몇명밖에 안되는 증권사무소 등에까지 한사람씩을 배정해 안내를 맡도록했다.
이들은 경축사절단이 도착해 떠나는 17일부터 25,26일까지 업무를 포기한 채 이들 사절단 뒷바라지에 매달려야 했다.
○…노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한 25일 유엔총회의 한국인 방청객수도 유엔사상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한국인 방청객수는 VIP석 40명(총 60석),대표단 방청석 40명(총 4백70석),일반 방청석 1백명(총 2백80석) 등 모두 1백80명이었는데 이는 몇년전 멕시코 대통령 연설시 멕시코인 방청객수 1백여명의 기록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한국 방청객들은 유엔대표부직원들의 안내로 몇개조로 나뉘어 단체로 입·퇴장을 했는데 노대통령이 기념품을 증정하는 동안 2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한국인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안보리이사국인 예멘의 압달라 살레 알 아시탈 대사는 『너무 많고도 많다』(Too Many Too Much)라고 말하기도 했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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