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해로 수확70% 줄어|방제늑장이 원인…일손달려 2중고|가평잣 대흉작…농민들 "주름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잣의 명산지인 경기도 가평군 8백20여 잣재배 농가들은 본격 수확기를 맞았으나 사상최대의 대흉작을 만나 시름에 젖어있다.
잣나무생육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백송애기잎마리나방과 솔얼룩명나방등 해충이 지난 4월부터 온산을 휩쓸어 잣송이가 썩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잣생산량의 40%를 생산하는 가평군은 전체산림의 70%인 4만9천5백62㏊가 수령 15년이상의 잣나무로 뒤덮인 천혜의 잣생산지.
이중 실제 수확이 가능한 면적은 배·운악·외서면등 6개면일대 6천3백26㏊.
농민들은 올해 이지역에서 29만여㏊의 잣생산을 기대했으나 병충해가 극성을 부려 실제 수확량은 목표량의 30%인 8만7천여㏊에 그칠전망이다.
이에따라 잣판매소득도 목표액 18억원에서 5억4천만원으로 70%가 줄어들게돼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있다.
가평군의 연도별 잣생산실적은 ▲88년47만㏊(소득액 10억원) ▲89년37만2천㏊(11억6천만원) ▲90년33만8천㏊(11억원)등으로 잣생산은 농민들의 주소득원이 돼왔었다.
설악면의 경우 지난 한햇동안 1백64농가가 8만6천여㏊을 생산, 2억8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가구당평균소득액은 1백70만원.
백송애기 잎마리나방·솔얼룩명나방등은 잣나무보다 잣송이에 파고들어 잣알맹이를 갉아먹는 무서운 해충.
때문에 수확기의 잣송이 속에는 잣은 없고 빈송이만 남게된다.
이 해충은 3년전부터 번지기 시작했으나 가평군은 피해가 적다는 이유로 방제를 외면, 대흉작을 자초한 꼴이 됐다.
잣을 따기위해서는 사다리등을 이용, 높이 10∼15m의 잣나무에 올라가 대나무장대등으로 잣송이를 흔들어 떨어뜨려야한다.
때문에 수확기에는 일손이 달려 농민들은 일당 7만원을 주고 인부를 고용하고있다.
그러나 인력난으로 인부 구하기조차 어려워 농민들은 2중 3중의 어려움을 겪고있다.
농민 박주용씨(60·하면마일리)는 『20∼40년생 잣나무에서 해마다 1백여가마(7천3백60㎏)를 수확, 1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렸으나 올해는 잣송이가 썩어 수확량은 30가마에 그쳤다』고 말했다.
잣 흉작에 따른 공급부족으로 잣값은 폭등, 피잣 80㎏ 1가마가 51만원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 가격 5만원에 비해 두배이상 뛰었으나 시장에 내놓을 잣이 없다.
3대째 잣농사를 짓는 이용환씨(60·배면목동리724)는 1백여㏊의 잣나무 산림을 소유하고있는 대표적인 재배농가.
이씨는 『지난해는 80㎏들이 80가마를 생산했으나 올해생산량은 30가마에도 못미칠것 같다』고 했다.
잣송이 1부대를 탈곡했을때 피잣16㎏이 나와야 정상인데 올해는 겨우8㎏이 나온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
이씨는 인건비(7만원)·탈곡료(1만2천원)를 제하고 나면 이득이 없어 수확을 계속해야할지 망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가평군관계자는 지난 8월 두차례에 걸쳐 항공방제를 실시했으나 이때 사용한 방충제는 잣나무 자체에 피해를 주는 넙적잎벌방제에만 효과가 있었다고 밝히고 내년부터 산림청의 지원를 받아 잎마리나방·솔열룩명나방등에 강한 방충제를 살포하는 항공방제작업을 대대적으로 펼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