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보다 정치공방 관심/한국원씨 피격 여야 움직임(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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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공권력의 도덕성 맹공/야/화염병 근절대책 주력/여/경찰/“위협사격서 생긴 우발사고”
서울대 대학원생 한국원씨의 불행한 총기피격사망사건이 제2의 강경대군 사건으로 비화되느냐 여부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18일 아침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진상조사단을 구성한데 이어 노무현 대변인은 『지난해 10월 「범죄와의 전쟁」선포 이후 계속돼온 공권력의 인권경시풍조에서 빚어진 필연적 결과』라며 발빠른 대응을 보였다.
민자당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18일 오후 여야 총무회담에서 내무위의 지방국감일정을 변경,서울시 지방경찰청과 20일 현장검증을 앞당겨 실시하자는 민주당측 요구를 수용하는등 야당에 정치공세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측은 사안이 경찰의 고의성에 의해 발생했다기 보다는 우발성이 강한만큼 전면대공세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총기남용 문제와 공권력의 도덕성문제를 집중공격,경찰직무집행법의 개정 등으로 연계시킬 태세여서 내무와 법사위에서의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일단 19일 아침 당소속 내무위원들에게 진상조사단의 현장조사결과를 배포,이날 서울시 지방경찰청 감사에서 질의할 기초자료를 제공하는등 국감에서의 1차적 진상규명에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18일 오후 서울경찰청 가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조준사격등 고의성 여부 ▲발포경찰관의 안전수칙 준수여부 ▲당시 상황이 실탄을 사용해야할 정도의 위기상황이었느냐는 문제와 ▲경찰의 총기남용으로 일반시민의 피해가 늘고 있는데 대한 경찰청의 지휘책임 등을 집중추궁했다.
민주당의 정균환 의원은 『공중발사가 아니라 평사 또는 45도 이하의 각도로 사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고 『당시 시위학생수도 50명 정도에 불과,총기를 사용할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김충조 의원(민주)도 『연14시간의 총기사용교육과 연1백발의 사격훈련으로는 총기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안전수칙 강화 등 총기취급 미숙에 관한 대책마련을 촉구.
야당의원들은 특히 한씨의 죽음이 정원식 총리 폭행사건 이후 계속된 정부의 시국 대탄압과정에서 발생한 필연적 사고(김충조 의원)라며 서울지방경찰청과 관악경찰서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사건의 진상규명보다는 정치공세에 치중했다.
최기선 의원(민자)도 『이 사건은 잘못된 시위행태와 경찰의 섣부른 대응이 부른 비극』이라고 규정하면서 『양비론적 시각으로는 넘길 수 없는 중대사안』이라며 경찰의 실탄사용 재고를 촉구했다.
민자당 의원들은 대체로 총기사용의 미숙,교육미흡 등을 지적하가는 했으나 야당의 정치공세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화염병 시위도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하는등 정치권으로의 비화를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은 답변에서 ▲사체의 X선 검사결과 심장좌측의 위에서 아래쪽으로 탄흔이 생겼으며 ▲유효사거리가 45m인 38구경권총이 1백m 떨어진 한씨에게 맞은 점 등으로 미루어 45도 이상으로 위협사격을 한 총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측은 이번 국회에서 「강야」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호재로 보고는 있지만 강경대군 사건이 결국 광역의회선거 참패로 이어진 기억때문에 대응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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