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두둔하는 경기도/김영석 사회1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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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일 경기도에 대한 국회 내무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결같이 지난번 용인·안성일대의 수해원인이 골프장 때문이 아니냐고 집중추궁,마치 「골프장 감사」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경기도의 답변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알맹이 없는 것이었다.
정해남·김일윤·강우혁·오경의(이상 민자)·정균환·허탁(이상 민주)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은 용인지역에서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낸 것은 경기도가 주장하고 있는대로 집중호우에서 온 산사태 때문에 생긴 천재가 아니라 무리한 골프장 허가남발,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한 무분별한 공사,산림 및 농지 불법전용,다이너마이트 사용 등에서 온 인재가 아니냐고 집중적으로 따졌다.
정균환 의원은 무려 1시간10분동안 계속된 질의를 통해 경기도에는 골프장이 모두 88개로 규모는 1백29평방㎞에 달해 산이 벌거숭이가 됐다고 지적하면서 환경영향평가 협의사항중 최대 절토제한 높이를 어긴 뉴골드·고려·태영골프장,규정이상의 폭약을 사용한 화산·남부·아시아나·태영,불법으로 산림을 훼손한 코리아·고려골프장 등에 대해 경기도가 공사중지명령·사업허가 취소 등 강력한 행정적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그러나 답변에 나선 이재창 지사는 이번 수해원인은 집중호우·강풍·벼락이 친데다 산림이 무너지고 토질이 편마암이어서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며 산사태 원인이 골프장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지사는 골프장 무더기 허가는 그동안 묶였던 것이 봇물터지듯 신청됐기 때문이며 법적 요건을 갖춘 합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허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이지사는 위반업체를 허가취소할 용의가 없느냐는 의원질의에 대해 허가를 취소할 경우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며 이보다는 감독을 철저히해 올바른 시설을 갖추게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답변했다. 이지사는 「합법적」이라는 말로 그동안의 모든 문제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환경영향평가 위반업체를 고발하고 관계공무원을 엄중문책,민원이 야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지사의 답변은 왠지 공허하게만 들렸다.<수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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