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24시] 이수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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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이수화학 본사(서울 서초구 반포동) 7층은 최근 들어 거의 매일 자정이 다 될 때까지 불이 켜져 있다. 이곳에 이수그룹의 지주회사인 ㈜이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를 지향하면서 이곳은 그룹의 미래를 설계하느라 가장 바쁜 사무실이 됐다.

◆그룹의 관제탑=㈜이수는 그룹의 기획조정실이 모태가 됐다. 기획조정실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는 방안을 3년 이상 연구했다.

지난 6월 이수화학이 가진 이수페타시스.이수세라믹 주식을 이수건설이 사고, 이수건설에서 ㈜이수를 분할해 건설부문이 주식을 ㈜이수에 출자하는 식으로 체제가 정비됐다. 결국 15개 계열사들은 ㈜이수를 정점으로 하는 수직 구조로 정리됐다.

조만간 주식 소유 요건 등 세부적인 사항만 마무리하면 지주회사 체제의 이수그룹이 출범하게 된다.

◆투명 경영 발판 마련=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소유해 경영권을 갖는 회사다. 그룹의 자회사들이 수직적인 지분 관계로 명확히 정리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철저한 감독을 받는다. 그래서 계열사 간 상호 출자 등으로 총수가 보유 지분을 넘어서는 지배권을 행사하는 등의 전횡을 막을 수 있다. 그만큼 경영이 투명해진다는 얘기다.

이수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방향을 잡은 것은 김준성 명예회장과 아들인 김상범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경영을 효율화하고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일부 계열사가 부채비율이 늘어 반발하기도 했지만 김회장은 "어차피 겪어야 할 아픔"이라며 강행했다.

2007년까지 그룹 총매출을 4조원 이상(올해 1조4천2백억원 예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수그룹은=주력사인 이수화학은 합성세제의 원료인 연성알킬벤젠(LAB)을 만든다. 이 물질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세계 4대 메이커 중 하나다. 이수라는 이름도 이 물질과 관련이 있다. 1960년대에 이 물질을 연구한 이화여대 화학과 교수들이 "여성 인력을 빨래에서 해방시키는 신기술"이라며 설립한 회사가 이화여대를 상징하는 '이수(梨樹:배나무)'였던 것. 96년 동림산업(현 이수건설)을 운영하던 김상범 회장이 97년 이수화학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자회사인 이수페타시스는 휴대전화.컴퓨터에 들어가는 전자회로기판(PCB)을 생산하고, 이수건설은 브라운스톤이라는 고급 이미지의 브랜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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