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협상으로 이뤄진 야통/실무문제만 남은 신민­민주 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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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 총재 「변형 공동대표제」로 담판… 이 총재 수락/민주통합파 강한 압력 주효
8월초부터 본격 가동된 신민­민주 양당의 야권 대통합운동의 결실이 한달남짓 진통끝에 눈앞에 다가서는 전망이다.
김대중 신민당 총재와 이기택 민주당 총재의 협상창구들은 6일 통합신야당의 당명·지도체제·지분문제 등에 대해 양측이 거의 합의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히고 있다.
신민당의 김원기 사무총장,한광옥·신기하 의원과 민주당의 이철·김정길 의원·장기욱 전 의원은 7일 낮 양당의 협상권한을 위임받아 최종 합의문 작성의 절충에 들어가 7,8일중 통합안에 대한 협상을 일단 마무리지을 전망이다.
김대중 총재는 한의원에게 모든 협상전권을 위임했으며,이기택 총재는 당내 사정을 고려해 공식창구로는 김의원을,비공식 창구로는 이부총재를 「활용」하는 2원 협상방식을 구사했다.
김총재측도 공개협상으로는 양당 통합성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조승형 비서실장,이용희 전 최고위원과 권노갑 의원 등 다른 측근들을 이총재측과 비밀리에 접촉케 해 한의원의 협상을 측면지원했다.
○민주당론 결정 진통
○…앞으로 두 총재의 통합안은 각기 당내 추인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특히 민주당은 당론변경과정에서 적지않은 반발이 예상돼 그 과정에서 충돌가능성등 변수가 적지않다.
두 총재의 합의사실 자체는 아직 양측에 의해 공식확인되지는 않고 있고 이민주총재와 김정길 의원은 합의자체를 완강히 부인했다.
특히 김의원은 6일밤 신민당과의 수차례 접촉에서 공동대표제의 기존 민주당론을 절대로 포기한 적이 없으며 어떤 합의도 해준 적이 없다고 잡아뗐다.
이총재도 원외위원장들이 성난 기세로 북아현동 자택으로 몰려오자 『나는 모든 통합결정을 당통합특위와 정무회의의 뜻에 따르기로 한 만큼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으며(비공식창구인 이부총재쪽 보다) 김의원의 공식협상창구가 우리당의 입장』이라고 밝혀 합의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른 자리에서 이총재는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명실상부한) 공동 대표제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라며 신당골격을 이미 합의사실로 인정했고 김의원도 『내 개인으로서는 「변형된 공동대표제안」를 반대하지 않는다. 사실 지도체제를 일부 양보한 대신 우리가 얻어낸 것은 더 많기 때문이다』고 밝혀 막후 절충의 원칙적 통합합의를 간접접으로 시인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신민당과 대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적극입장을 펴왔던 민주당내 민주연합그룹의 이부영 부총재는 통합의 극적 돌파구가 열렸음을 분명히 확인하면서도 이 사실의 공개가 당내 통합분위기를 해칠 것을 우려,입을 다물고 있다.
6일을 고비로 양당이 합의한 통합방안은 ▲법적 대표권은 김신민총재가 갖되 모든 당무는 양인이 합의해 처리하는 공동대표제 ▲조직강화특위 동수구성 ▲통합당의 당명을 민주당(약칭)으로 하고 ▲지구당위원장등 당직 지분은 6(신민)대 4(민주)대 2(재야)로 한다는 내용.
이같은 잠정합의가 성사되기까지 김·이총재 양측은 극도의 보안유지속에 대담한 물밑대화를 했다고 협상당사자들이 밝히고 있다.
신민당 비주류인 정치발전연구회와 민주당 의원들 사이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신민당을 제외한 신야당 창당」모임이 추진중이었던 2일께 김총재는 민주당 이철 의원을 동교동 자택으로 불렀다.
○DJ­이철 의원 밀담
『이의원이 교량역할을 해서 이총재와 내가 직접 만나도록 주선해 달라』고 김총재가 부탁했다.
이의원은 이총재 자택으로 찾아가 이를 전했고 이총재는 『만난다면 무슨 합의를 해야지 무조건 만날 수는 없다』고 버텼다는 것.
박찬종 부총재와 부산지역 김광일 의원과 원외위원장들을 제외한 대다수 의원들로부터 「양보결단」압력을 받고 있던 이총재가 결심을 굳힌 것은 지난 3일.
박계동 비서실장을 동교동으로 보내 『김총재가 연장자로서 신당의 대표권을 갖되 그외의 모든 당무는 두사람이 공동대표로 합의운영하고 당명은 민주당으로 하며 지분은 현역의원을 포함,6대 4대 2로 하자』는 뜻을 김총재에게 전했다.
이총재는 이점에 대해 6일 『이부영 부총재가 독자적으로 민주연합그룹인 박실장을 동교동으로 보냈던 것 같다』고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다고 강조했으나 이부총재가 다음날인 4일 낮 이총재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사실이 확인돼 최소한 이총재는 사후적으로라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김총재는 즉각 한광옥 의원을 북아현동으로 보내 저녁 9시부터 2시간동안 자신의 「깊은 뜻」을 전했다. 『이총재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신선한 수락내용이었다.
○…극적 타결의 최대쟁점은 지도체제문제,「김총재 2선퇴진」을 양보한 마당에 당론인 「명실상부 공동대표제」를 더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던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상임공동대표제(신민당안)와 공동대표제 사이의 묘안을 찾아보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정발연과의 「소통합」실패후 『이제 어떤 방식이든 대통합이라도 생각해봐야 할때』라고 비장한 의지를 밝힌 이철 의원과 장석화 의원 등 서울출신 의원들과 이부총재 등 민주연합그룹에서 극한 행동(탈당등)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집요한 통합요구를 이총재에게 했다.
결국 통합특위 위원장인 조순형 부총재,노무현·김정길 의원까지 이에 가세,『이총재가 공동대표제 양보를 결단하라』고 마지막 촉구를 하기에 이르렀고 이총재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야권통합시대」를 성큼 앞당겼다.
○정발연도 선뜻 환영
○…김총재와 달리 당 장악력이 약한 이총재는 9일과 10일로 각각 예정된 통합특위·정무회의에 이어 지구당위원장회의에서 새 통합안을 관철시켜야 하는 정면돌파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총재는 『1백30여명의 지구당위원장중 70%가 동의하지 않으면 신민당과 합류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특히 이총재와 라이벌인 박찬종 부총재측이 제동을 걸 것이고,부산지역의 특수성에 가장 민감한 김광일 의원은 『신민당과 합당하느니 차라리 무소속으로 남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형편.
여기에다 통합될 경우 지구당위원장직 박탈위험을 감수해야 할 상당수 수도권 원외위원장들이 어느 정도 조직적 반발을 하느냐가 양당통합의 최대변수가 될 전망이다.
○…신민당 비주류 모임인 정발연은 6일 오후 중앙일보에 통합합의사실이 보도되자 즉각적인 환영성명을 발표.
정발연은 성명에서 『신민·민주 양당의 대승적 양보를 통해 국민적 여망인 통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데 대해 야권통합의 기치를 내걸고 줄기차게 노력해온 우리는 깊은 감회와 보람을 느낀다』며 은근히 통합의 공을 자신들에게 돌리는 눈치.
한편 정발연내에서 탈당파로 알려졌던 조윤형 국회부의장과 정대철 의원 등은 야권통합이 눈앞에 다가옴에 따라 신민당 잔류를 결심했다는 후문.
김총재도 조의원의 1년간 자격정지 징계조치를 곧 해제해 화합국면을 조성한다는 계획.<정순균·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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