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세계대회 첫 금 보인다|작은 거인 전병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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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역도가「작은 거인」전병관(23·고려대 4)을 앞세워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출전사상 첫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서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52kg급)전병관은 국내의 엷고 척박한 역도토양에 한물이라도 하듯 56kg급으로 체급을 올린 후에도 엄청난 기록향상을 거듭, 이변이 없는 한 오는9월 독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0년 국내역도사상 첫 금메달이 기대되고 있다.
한국 역도 계는 전병관의 기특한(?)성장에 자부심을 가지면서 우선 세계선수권대회 첫 금메달 꿈에 부풀어 있다.
현재 전병관의 공식 최고기록은 지난5월 전국선수권대회에서 수립한 인상 1백30kg, 용상 1백63kg, 합계 2백92·5kg.
이중 용상과 합계는 아시아 최고기록이고 인상만 중국의 류서우빈(24)이 88년 세운 1백34·5씨의 아시아신기록에 4·5kg 뒤지고 있다.
류서우빈의 이 기록은 현재 세계최고기록이기도 하며 용상에서는 네노 테르지스키(불가리아)가 87년 세운 1백71kg, 합계는 나임 슐레이마노글루가 터키로 망명하기 전인 84년 수립한 3백kg이 각각 세계최고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세계역도 계를 주름잡던 동구세력이 지난 서울올림픽 후 국제역도연맹(IWF)이 도핑검사를 크게 강화한 이후 각종 주요국제대화에서 쇠 락의 길을 걷고 있어 그 동안의 기록이 약물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헝가리 세계선수권대회의 경우 마리노프 등 동구의 간판스타들이 자신의 기록에 20∼30초씩 밑도는 기록으로 입상권에도 들지 못했다는 것이 당시 한국대표팀 양무신(서울체고 교사)감독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병관이 지난5월 작성한 합계 2백92·5kg의 기록은 최근 4년간 모든 국제대회에서 작성된 최고기록일 뿐 아니라 전이 아직도 기록경신의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어 이번 세계선수권 뿐 아니라 내년 바르셀로나 올림픽까지는 무난히 금메달을 따내리라는 게 국내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표팀의 이춘식(조폐공사)감독은『이번 대회의 우승안정권은 합계 2백90∼2백92·5kg이상』이라고 전망하면서『최대 라이벌인 류서우빈과 소련의 슐레이마노프가 최근 들어 2백87·5kg이상을 든 적이 없어 병관이가 제 페이스만 유지해 준다면 금메달은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이 감독은『병관이의 연습기록은 인상1백35kg, 용상 1백65kg, 합계 3백kg』이라면서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세계기록경신이라는 깜짝 놀랄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이 유달리 강한 종목은 용상(한번 어깨에서 꺾은 후 들어올리는 종목).
라이벌 류서우빈과 슐레이마노프가 1백55kg이상을 든 적이 없는데 반해 전병관은 1백60중을 연습 때 어렵지 않게 들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인상(단번에 머리위로 들어올리는 종목)이 다소 약한 게 흠이었으나 최근 허리파워가 크게 강화돼 기록경신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종목별(인상·용상·합계)로 따로 시상하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병관이 용상·합계에서 2관 왕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다만 인상이 유달리 강한 류서우빈과 인상에서 멋진 대결을 필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상 성실하고 진지한 훈련자세로 태릉선수촌 제1의 모범선수로 통하는 전병관이 세계정상에 우뚝 서는 그날 한국역도는 제2의 탄생을 선언하게 될 것이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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