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대로 되는 법… 다행”/소 쿠데타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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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시민들 “남북대화에도 도움”/기업들 수출등 논의 활기/“민주화 향한 인민의 승리” 소 총영사/항공사·여행사도 활짝 웃음
소련 보수 강경파의 쿠데타가 실패,「3일천하」로 막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21일 밤 국민들은 소련사태의 극적인 반전에 다시 놀라워하며 세계 평화질서와 남북대화 분위기를 위해서도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주한 소련대사관 직원들은 22일 아침 일찍 출근,기쁜표정으로 업무에 들어가 정상을 찾고 있으며 대소 수출등 북방진출 사업계획을 추진해온 각 기업체들은 충격에서 벗어나 상황 파악과 함께 대책마련에 부산한 모습이었다.
또 그동안 혼란에 빠졌던 관광업계·증권가 등도 안정을 되찾으며 앞으로 한소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기를 기대했다.
◇주한 소련대사관=서울 한남동 주한 소련대사관에는 22일 아침일찍 휴가차 본국에 가있는 소콜로프 대사등 5명을 제외한 대사관직원 15명이 전원 출근해 정상근무. 대사관측은 21일 낮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아나톨리 시로튜크 총영사의 표정이 의외로 밝아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가리라는 예감을 갖고 있었다는 것.
22일 오전 8시55분쯤 출근한 예레멘코 대리대사는 기다리고 있던 사진기자들로부터 플래시 세례를 받자 함박 웃음을 띠고 손을 흔드는 등 여유있는 표정을 지은 뒤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가 기쁘기 한량없다』고 말했다.
예레멘코 대리대사는 이어 『본국 정부로부터 아직 공식통보를 받지는 않았으나 가족과 다른 경로를 통해 쿠데타실패 소식을 접했다』고 말한 뒤 『앞으로도 그같은 무모한 시도가 재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민주화를 향한 소련인민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 예레멘코 대리대사는 『이번의 쿠데타 실패는 엘친등 국내지도자의 과감한 투쟁 뿐만 아니라 부시 미국 대통령등 외국지도자들의 열화와 같은 도덕적 성원이 크게 주효했다』며 감사를 표시.
◇수출업체=정부의 대소 경제원조 일환으로 면도기등 1천만달러어치 제품을 소련에 수출하기로 되어있다가 쿠데타 소식으로 걱정해온 경기도 시흥소재 (주)도루코(대표 노재용·48)는 소련사태가 급반전됨에 따라 이른 아침부터 긴급 간부회의를 여는 등 활기.
노사장은 『사태발생후 극심한 자금압박에 시달려왔으나 사태가 반전되어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며 『하루빨리 소련정치가 안정되어 예정된 수출을 마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광·항공업계=24일 모스크바로 출발예정인 913편의 예약승객 2백56명중 21일 밤까지 85명이나 무더기 해약을 해 걱정했던 대한항공은 해약자들이 다시 예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돌발사태에 대비,소련내 한국인들을 긴급수송하기 위해 21일 구성한 특별대책반도 사태해결에 따라 22일 오후쯤 해체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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