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싸이보그 …' 베를린서도 괜찮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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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베를린영화제에서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박찬욱 감독과 배우 정지훈·임수정이 세계 각국의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를린 AP=연합뉴스]

박찬욱 감독이 제5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베를리날레)에서 유명세를 톡톡히 과시했다.

9일 오후 4시(현지시간) 베를린 중심가 포츠담 광장에 위치한 시네막스 영화관 2층은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박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시사회를 기다리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로 가득했다. 당초 마련된 시사회장이 꽉 차자 영화제 사무국은 3층에 추가 시사회장을 마련할 정도였다. 아프리카 뉴스의 세깃 마하리 특파원은 "대다수 기자들이 2004년 칸영화제에서 '올드 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 감독의 화려한 경력을 보고 시사회장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가는 엇갈렸다. AFP통신은 "오락가락하는 이야기와 변덕스러운 캐릭터에 흥미를 잃은 기자들이 상영 도중 밖으로 나갔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쿠리어지의 율리아 피링거 기자는 "이 영화는 확실히 모든 사람의 취향에 맞는 작품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간 킬러 나하리히텐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긍정적으로 점수를 매겼다.

시사회에 이어 영화제 본부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도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이 자리에는 박 감독과 주연배우 정지훈.임수정이 참석했다. 외신들은 박 감독이 '올드 보이'나 '친절한 금자씨'처럼 유혈이 낭자한 복수극과 선을 긋고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다는데 주목했다. 로이터통신은 "'싸이보그…'는 박 감독의 반가운 변화"라면서 "심각하고 무거운 영화가 많은 베를린영화제에서 가벼운 위안이 됐다"고 소개했다. AFP통신도 "박 감독의 통상적인 '전부 쏴죽이는' 스타일에서 확실히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이번 영화는 이전의 복수 3부작과 다른 작품이다.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랑을 그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현실세계에서 비현실적인 것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신화적.동화적 방향으로 작품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수 비로 활동하는 정지훈의 영화 데뷔작이란 점도 화제가 됐다. 로이터통신은 "비는 미국의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에 비길 수 있다. 그는 영화 데뷔를 위해 3개월 동안 탁구를 연습하고 요들송 특별 훈련도 받았다"고 전했다. 정지훈은 "약간 바보 같고 우스꽝스러운 배역을 맡은 것은 이전의 이미지를 버리고 정말 배우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첫 작품이어서 애정이 더 간다. 앞으로도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요들송을 직접 불렀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물론이다. 요들송은 처음이어서 석 달 정도 개인 교습을 받았다"고 답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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