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라디오선 고전음악만…/“그럴 수가…” 각국이 경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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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등서도 사실 확인에 동분서주
○…모스크바 시간으로 19일 오전 7시 고르바초프의 사임소식이 전해진 직후 모스크바 시내에서 특별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으나 시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다.
그러나 모든 라디오들은 고전음악을 계속 내보내고 있는데 과거 소련의 라디오들은 지도층 개편이 있을 경우 항상 고전음악만을 방송했었다.
한편 일본 NHK방송은 모스크바발 특파원 기사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된 모스크바시내에는 현재 군이 배치돼 있지 않으며 군이 움직이고 있다는 정보도 없다고 보도했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19일부터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는 타스통신의 보도가 있은 직후 미 백악관당국은 즉각적인 논평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보도자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상태에서 사실여부를 확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글러스 데이비드슨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조지 부시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 메인주 케네벙크 포트에서 기자들에게 공식논평을 회피한 체 부시 대통령이 타스통신 보도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데이비드슨 대변인은 이어 부시 대통령의 국가안보담당 브런트 스코크로프트 보좌관이 현재 소련사태에 관한 정보수집을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소련 대통령직이 고르바초프로부터 겐나디 야나예프 부통령에게 넘어갔다는 타스통신의 보도가 전해진 19일,세계각국의 증권시장의 주식시세가 폭락한 반면,달러의 환율은 상승했다.
○…중국관영 신화통신은 19일 타스통신 보도를 인용,고르바초프의 실각을 전했으나 공식논평은 없었다.
○…영국의 BBC방송은 고르바초프 실각을 타스통신을 인용 보도하면서 『소련이 현재 매우 위험한 상태에 빠져있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실각소식이 전해지자 전혀 사전정보가 없었던 정부는 당혹속에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수립에 나섰으며 역대 정당들도 그럴 수가 있느냐고 경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외무부 등은 앞으로의 사태전개를 긴장속에 지켜보고 있는데 북방정책의 전면수정등 동북아 주변정세의 변화에 가장 큰 관심을 쏟으면서 미국·유럽 등 재외공관과의 긴밀한 연락속에 모스크바 현지분위기 탐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특히 소련의 갑작스런 사태추이에 주목하면서 고르바초프의 실각배경과 앞으로의 변화가 세계질서를 다시 바꿔 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상옥 외무장관은 19일 오후 1시5분쯤 오찬도중 고르바초프 사임소식을 듣고 즉시 관계자들을 불러 긴급대책회의를 주재.
소련을 담당하고 있는 동구1과도 이날 오후 1시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현지 공관과 주한 소련대사관에 전화접촉을 시도했으나 양쪽 다 폭주하는 전화로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아 안절부절.
특히 동구1과에는 종합상사나 증권사등 관련업계에의 문의전화까지 쏟아져 이에 응답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진땀.
한 관계자는 『그동안 소련언론들이 자주 쿠데타설을 보도하긴 했으나 아직 현지공관이 깊숙한 정보를 얻어내기가 어려워 이번 사태를 예견치 못했었다』며 『따라서 이에 대비한 자료정리도 별도로 돼있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하고 각종 서적과 자료를 뒤지며 참고자료를 만드는데 쩔쩔 매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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