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느낌] 웃기는 3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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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장vs김관장vs김관장
감독: 박성균 출연: 신현준.최성국.권오중.오승현 장르: 코믹 액션 등급: 15세
20자평: 명절이면 찾아오는 기획 코미디. 이젠 좀 바꿉시다.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제목만큼이나 설정은 흥미롭다. 충청도의 작은 마을. 하필이면 성씨가 같은 세 명의 김관장이 동시에 도장을 연다. 앙숙지간인 택견 도장의 김관장(신현준, 사진(右)), 검도 도장의 김관장(최성국, 사진(中)). 여기에 쿵후 도장의 김관장(권오중, 사진(左))이 가세한다. 어린 수강생들을 빼앗아 오는 데 혈안이 된 이들은 동네 최고의 미녀인 중국집 사장 딸(오승현)을 놓고도 연적이 된다. 그 와중에 마을에 조폭이 쳐들어 온다. 신도시 개발 예정지로 선정되면서 부동산 이권을 노린 것이다. 조폭들이 동네 주민들을 몰아내려 하자 '어제의 적' 김관장들은 어쩔 수 없이 동지가 된다.

시즌 기획 영화로 유명한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영화다. 명절 연휴마다 히트친 '가문'시리즈와 지난해 5월 가족의 달 특수로 흥행한 '맨발의 기봉이' 등으로 알려진 곳이다. 설 연휴 한 주 앞서 선보이는 영화는 조폭액션 '가문' 시리즈와 휴먼코믹 '맨발의 기봉이'의 중간 쯤에 있다. 코믹과 액션을 주축으로 하되 원색적 폭력과 욕설은 수위를 많이 낮췄다.

신현준.최성국 등 태원 영화의 간판배우들이 나와 예의 폭소 연기를 펼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새로 합류한 권오중. TV시트콤을 통해 코믹 아이콘으로 부상한 그는 브레이크 댄서 출신 쿵후 유단자다운 기량을 한껏 뽐낸다. 그 외 웃음 연기라면 정평난 탁재훈.노주현.이한위.김병만 등이 감초.카메오 연기를 선보인다. 택견과 검도, 쿵후 등 한.중.일 3국의 무술을 메뉴로 한 전문식 무술감독의 액션연출도 호쾌하다. 전 감독은 '인정 사정 볼 것 없다'와 '형사'에서 까다로운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의 파트너로 명성을 얻은 이다.

그러나 장점은 여기까지다. 웃음은 단편적이고 상황의 기발함은 상투성에 그친다. 식상한 웃음공식의 재탕과 익숙한 이미지의 재활용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홍보에 나선 배우들은 이미 TV오락프로를 장악해 시청자를 웃기고 있으나, 오락프로 이상의 재기발랄함을 영화에서도 보여 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모든 영화가 진지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 명절 기획영화라고 해서 반드시 성긴 코믹 액션일 필요는 없다. 명절 기획용 영화도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아닐까. 물론 '아무 생각 않기'가 극장을 찾는 최대 목적이라면 할 말 없지만 말이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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