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적 삼전도비 페인트 낙서로 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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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이 페인트로 훼손된 사적 제101호 삼전도비. [서울 송파구청 제공]

사적 제101호 삼전도비(서울 석촌동 289의 3)가 페인트 낙서로 훼손돼 완전 복원이 어려울 전망이다.

삼전도비는 병자호란 때 청나라 태종이 조선 인조의 항복을 받고 자신의 공덕을 자랑하기 위해 1639년 세운 전승비(戰勝碑). 원래 이름은 삼전도청태종공덕비(三田渡淸太宗功德碑)다. 비의 머리와 받침돌 조각이 정교해 조선 후기 가장 우수한 것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 송파구청 문화체육과의 임동일씨는 "5일 오전 9시30분 순찰 중에 낙서를 발견했다"면서 "3일 오후 10시까지는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낙서는 붉은 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앞.뒷면에 각각 '철''370', '거''병자' 라고 썼다. 숫자는 올해가 병자호란이 끝난 지 370년 되는 해라는 뜻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어느 정도 역사 지식이 있고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과 백두산을 둘러싼 논쟁에 비분강개한 사람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석조보존실의 이주완씨는 "삼전도비는 400년 가까이 풍화된 대리석이라 표면 입자들이 떨어져 나가기 직전인 상태"라며 "8일 현장 조사에서 확인하겠지만 입자와 입자 사이에 페인트가 박혀 들어갔다면 완전 제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거하지 못한 페인트는 비석에 흩뿌려진 붉은 색 점들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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