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걸으면 위 튼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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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생각한다면 운동은 이제 공식이다. 그러나 운동도 맞춤처방이 있다. 특히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에게 걸맞는 맞춤 운동요법이 필요하다. 2월부터 전문 의료진이 나서 어떤 운동을 해야 할 지, 어떻게 해야 할 지 시의적절한 '건강운동 비법'을 소개한다. - 편집자

"위가 튼튼해지는 건강 운동"

위는 강력한 위산 및 단백질 분해효소를 분비하는 소화기관이다. 위산은 pH 2~3의 강산으로 단백질 분해효소인 펩시노겐을 펩신으로 활성화시킨다. 위 속에선 점액과 알칼리인 중탄산이온이 나와 위산을 중화시킨다. 또 손상된 위점막을 신속하게 치유할 수 있도록 여러 성장인자들을 분비한다. 이런 방어시스템이 손상받으면 여러 위 질환들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원인 인자는 헬리코박터(Helicobacter pylori) 균과 아스피린을 포함한 소염진통제·흡연·음주·스트레스 등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60%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지만 감염자 대부분은 무증상이다. 대략 10%에서만 임상적으로 알아챌 수 있는 질환이 나타난다. 헬리코박터균은 독성인자를 분비, 위점막의 염증을 유발한다. 헬리코박터에 의한 위염은 위산 분비를 증가시켜 십이지장 궤양을 유발한다. 지속적인 헬리코박터 감염에 의한 위 염증은 위산분비 세포를 파괴하고 위점막 세포의 재생을 막아버린다. 위궤양·위축성위염·장상피화생·위암 등을 초래하는 것이다.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위혈류가 감소하고 점액분비가 줄어들어 위염·소화성궤양.위출혈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스트레스·흡연·음주 또한 위점막 혈류 감소와 위산분비 증가를 가져와 위염 및 소화성궤양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이다.

결국 위암이나 소화성궤양은 헬리코박터 감염·유전적 요인·식습관· 흡연 등의 환경적 요인 탓이 크다.

운동이 이를 막을 수 있을까? 물론 운동이 위 질환을 직접적으로 예방할 순 없다. 하지만 간접적 효과는 크다. 걷기·뛰기·수영·사이클 등 유산소 운동은 위 내 면역체계를 강화한다. 위산 분비를 줄여 소화성궤양도 예방하게 만든다. 또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신력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그 운동은 이런 방법으로 해야 한다. 걷기는 보폭을 넓게 하고 약간 숨찰 정도의 빠르기로 걷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에 1~2km 씩 일주일에 10~20km의 운동량이 적당하다.

당연히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중장거리 육상선수들은 정상 성인에 비해 위장 증세가 흔하고 위염·위궤양과 위장관 출혈이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해 위산 분비를 증가시키고 위 내 음식물 정체, 내장동맥의 혈류 감소 등을 초래해 소화성궤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건강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뛸 때 하체 관절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걷기나 수영을 추천한다.

장재영 경희의료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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